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956호실에서 나란히 앉아 있던 원종선(67) 이범철씨(64)는 같은 날 위절제 수술을 받고 함께 암과의 전쟁을 벌였으며 21일 퇴원할 예정이다.
원씨는 12일 오후 4시, 이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수술실에 들어갔다. 원씨는 먼저 마취가 깨어 8시에 병실로 온 지 2시간 뒤 병실로 들어오는 이씨를 맞았다. 그때 두 사람 모두 마취가 깬 직후의 통증을 이기느라 고통스런 표정이었다. 16일 두 사람은 잇따라 ‘가스’를 빼냈고 곧이어 소화액 분비물 등을 체외로 빼내는 콧줄을 뺐다. 18일까지 함께 금식하면서 링거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았다. 19일 함께 미음을 먹기 시작했고 20일 비로소 음식다운 죽을 먹게 됐다.
부산에 집이 있는 원씨는 지난해 여름 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에 앉아있다 서있다 되풀이하다 동네병원에 갔지만 ‘이상 무’. 두 번째 간 병원에선 위장약을 처방했다. 올초 조금 더 큰 병원에서 내시경을 받으며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로 올라왔다가 2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조기위암이라고 진단받았다.
이씨는 충남 홍성군에서 올라왔다. 2월 속이 불편해 지역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을 받았더니 혹과 염증이 있다고 진단받고 이달 이 병원에서 위암이라고 확진받았다.
두 사람은 애주가인데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닮았다.두 사람은 위암을 이긴 ‘동병상련’의 친구가 됐다. 서로 술 한 잔을 권할 수는 없지만.
“매년 한 번은 내시경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조기위암은 큰 고통 없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두 친구’는 퇴원을 앞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우리나라 암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위암. 암 가운데 가장 흔하고 특히 40대 이후 남성에게 많다.
암환자 전체의 5년 생존율은 50∼60%이지만 1∼4기 중 1기초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5%를 웃돌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40대 남성이 매년 최소 한 번 위내시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환자는 운이 좋았다. 원씨는 위 점막, 이씨는 위벽에만 암이 있는 1기초 환자였다. 두 분 모두 담배 술만 멀리하면 천수를 누릴 것으로 믿는다.
요즘 위암 수술은 대부분 배꼽에서 명치까지를 개복한 뒤 암의 위치에 따라 위를 70% 또는 전부 절제한다. 상부에 암이 있을 경우 절반 정도를 자른다. 요즘엔 옛날처럼 실로 꿰매지 않고 자동연결기로 마치 스테이플러처럼 찍어 장을 연결한다. 뱃살도 봉합사로 꿰매는 대신 스테이플러로 찍어 연결한다.
위암은 △술 △담배 △불에 탄 고기 △베이컨 햄 등 가공육류 △짠 음식 △소금에 절인 음식 등이 위험요인. 헬리코박터균이 있거나 만성위염이 있는 경우에도 내시경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위암 발병률이 낮아진다.
노재형(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일반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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