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이자염 수술 박원기씨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6분


“충성! 췌장염과 전투에서 승리하고 퇴원을 명받았습니다.”

27일 오후 서울중앙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있는 육군 ○○부대 박원기중사(36). 이자관(췌장관)이 좁아져 샘창자쪽으로 흘러가야 할 이자액이 반대편으로 흐른 탓에 물혹이 생겨 4년 동안 통증과 싸워왔다(그림 참조).그리고 마침내 이겨냈다.

첫 통증이 닥친 것은 1997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벽. 명치가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파 방안을 뒹굴렀고 아내(34)가 급히 119구급대를 불렀다. 병원에서 1주일 금식하고 미음→죽→밥을 먹는 과정을 거치며 성난 이자를 달랬다. 이런 통증이 매년 한 번씩 되풀이됐다.

지난달 12일 오전 7시반 출근길에도 갑자기 통증이 엄습했다. 아파트 3층에서 계단을 내려가다 배 옆구리 등이 삽에 찍히는 듯, 갑자기 숨 쉴 수 없어 집으로 되돌아왔다. 인근 병원에선 처음에 암을 의심했다. 서울중앙병원에서 만성이자염이라고 ‘확진’받았다.

박중사는 지난달 28일 입원했고 주치의 김명환교수는 “한달 내에 막힌 곳을 뚫어서 이자를 원상태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박중사는 이달 2일 내시경(안보개)을 넣어 풍선으로 막힌 이자관을 넓히는 시술을 받았다.

박중사는 “30분 정도 잠이 든 상태에서 시술이 끝났기 때문에 내시경검사만 받은 줄 알고 김교수에게 ‘언제 시술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이자 오른쪽에서 물혹을 형성하며 독기를 내뿜던 썩은 이자액은 이자관에서 코까지 연결된 튜브를 통해 배출됐다.

26일 주치의는 내시경으로 이자관이 넓혀진 것을 확인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관을 넣는 시술을 했다. 한달 뒤 외래 진료를 받으며 내시경으로 인공관을 빼는 과정만 남았다.

“약속대로 꼭 한 달 만에 퇴원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자 건강을 위해 술을 끊겠다고 약속했죠.”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이자에 염증이 생기면 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이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이자염은 애주가에게서 많이 생긴다. 소주를 하루 1병씩 8년 마시면 만성이자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데 박중사는 하루 한 병 이상을 10여년 마셨다. 이자관 안의 결석, 흡연 등도 원인.

이자염이 자꾸 재발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자관 안에 결석이 있거나 이자관이 좁아진 것.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전엔 개복수술을 했지만 이자가 십이지장 위 간 대장 등에 둘려쌓여 있기 때문에 주위 조직이 다칠 위험이 컸다. 그래서 정확하게 진단 치료하는 내시경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급성이자염은 술만 조심하면 가만히 놔둬도 6개월 내 완전 회복된다. 그러나 급성이 되풀이돼 만성단계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자암은 이자염 없이도 생기지만 만성이자염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명치 부위가 불쾌하거나 아플 때,소화불량이 계속 되거나 설사가 잦은데도 위내시경으로 이상이 없는 경우는 이자염이 아닌가 의심하고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김 명 환(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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