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건국대 충주병원 당뇨병센터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강선재씨(65). 당뇨병 환자는 절식을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는 푸짐하게 먹고 있었다.
강씨에게 당뇨병 신호는 경남 거창군 북상중에서 교사로 있던 1993년 처음 왔다. 방금 물을 마시고 냉장고에 물병을 넣는 순간 또 갈증이 났다. 매 시간 화장실에 가야만 했고 수시로 간식에 손이 갔다. 피로 때문에 교단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당뇨병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2년 뒤 공무원 신체검사에서 병명을 알았다. 주위에선 당뇨병은 약이 없다고 얘기했고 강씨는 그대로 지냈다.
그는 96년 당뇨병 합병증인 백내장으로 수술받은 뒤 합병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다. 약을 먹고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식사량을 줄였지만 증세는 그대로였다. 무기력증은 심해졌고 시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다가 3월21일 낮 알음알음으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 오후 체내에 인슐린을 자동적으로 넣는 ‘인슐린 펌프’를 찼다.
강씨는 병실에서 실명 직전에 다리가 마비된 채 이곳에 왔다가 ‘새 삶’을 얻었다는 박령씨(58), 콩팥기능이 떨어져 혈액투석이 필요할 지경이 돼 이곳에 왔다 인슐린 펌프를 떼고도 지낼 정도로 회복한 김한태씨(59) 등을 만나서 자신감을 얻었다.
과연 효험은 왔다. 그는 22일 밤 7, 8년 만에 푹 잤다. 몇 년 만에 음식을 맘껏 먹었지만 신기하게도 혈당량은 뚝 떨어진 채 유지됐다. 식사 후엔 충주호 주변의 산책로를 1.5㎞씩 걸었고 매일 당뇨병과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입원 1주일 뒤부터는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10여년 전의 몸 상태를 되찾은 듯 했다.
그는 “40대에 교단에서 힘차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몸 상태로 고향에 내려가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충주〓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주치의 한마디
국내에서 최소 200만명이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이자에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혈액이 설탕 덩어리로 변하고 이것이 말초신경과 모세혈관을 파괴해 백내장 중풍 콩팥기능저하 등을 일으킨다. 발이 썩어들어가 몇 번을 자르고 정신이 황폐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다뇨(多尿) 다식(多食) 다갈(多渴)의 3다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내가 1980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인슐린 펌프를 허리에 차는 치료법은 당뇨병 합병증 예방에 그만이다. 합병증이 왔어도 상당 부분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콩팥 기능을 한번 상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으면 많은 경우 정상으로 돌아온다. 시력이 회복되기도 하며 중풍 탓으로 온 운동장애가 치료되기도 한다. 이 치료법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 중 생기는 저혈당의 위험이 기존 약물치료나 인슐린주사요법보다 훨씬 적다. 무엇보다 초기에 치료받으면 당뇨병이 완치돼 인슐린펌프를 떼어내고 지낼 수도 있다.
최 수 봉
(건국대의대 충주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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