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병동. 이날 오전 눈꺼풀속말림증 수술을 받은 정발초등학교 1학년 손현수군(경기 고양시 마두2동)은 “잠 한번 자고 일어나니 수술이 끝났다”며 활짝 웃었다.
간호사인 엄마 손미정씨(35)나 회사원인 아빠 손기호씨(37)는 아들에게 눈꺼풀속말림증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현수가 TV에 자꾸만 가까이 가길래 설마하면서도 이 병 때문에 시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눈치도 못챘다.
지난해 유치원 시력검사 때 오른쪽 왼쪽 각각 1.5, 1.2로 좋았을 뿐 아니라 부부 모두 안경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에서 시력을 검사해 본 결과 1년 사이 0.6, 0.4로 뚝 떨어져 있었다.
“속눈썹이 전부 눈을 찔러 염증이 생기고 상처가 나서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의사의 설명에 따라 집에서 살펴봤더니 과연 현수의 눈은 흰자위가 충혈돼 있었다.
현수의 부모는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전체 수술시간이 두 시간밖에 안 걸리고, 수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는 말에 수술을 결심했다.
현수에게 가장 힘든 것은 금식이었다. 수술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수술이 끝나고 안정실로 옮긴 현수를 위해 외할머니가 준비한 선물은 빵과 우유. 할머니는 “유난히 빵을 좋아하는 현수가 밤새 배가 얼마나 고팠을까를 생각하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현수는 “아빠! 빨리 집에 가요. 친구들과 놀아야 된단 말이에요”라고 소리쳤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눈 자주 비비면 의심해 보세요"
눈꺼풀속말림증은 종전에 안검내반증으로 불렸다. 눈 주위 피부와 그 밑의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눈꺼풀이 자꾸 안으로 말려 들어가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눈을 자꾸 비비게 되고 수시로 눈물이 나거나 눈꼽이 낀다며 칭얼댄다. 심하면 각막이 손상돼 눈부심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엔 시력까지 영향을 받는다.
눈꺼풀속말림증은 동양인에게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우리 병원에서만 연간 300여명 정도가 이 병으로 수술을 받는다. 보통 양쪽에 증세가 같이 오며 위쪽보다는 아래쪽에 많이 생긴다.
눈을 확대하는 장비인 ‘슬릿램프’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치료는 수술로만 가능하다. 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눈썹 위아래의 비대해진 피부와 근육을 제거해서 안으로 들어간 눈썹이 밖으로 나오게 한 다음 봉합하면 끝난다.
오전에 입원해 1시간 반의 수술 뒤 회복실에서 2∼3시간이 지나면 바로 퇴원할 수 있다. 봉합 실은 1주일 지나면 녹는 소재다. 퇴원 뒤엔 2번 정도 외래에서 진찰받으면 된다. 수술 비용은 30만∼40만원 정도. 수술 뒤 드물게 피부나 근육을 너무 많이 제거해서 눈이 잘 안 감기는 경우가 생기므로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이상렬 (세브란스병원 안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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