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경희의료원 응급실 병동에서 퇴원을 준비하던 정증옥씨(26).
정씨는 “2주간 입원해 치료받으며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면서 “다시는 병원 문턱을 드나들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얼마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준비하던 정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한달전.
“갑자기 오른쪽 팔,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1∼2분간 몸이 마비됐죠.”
이후 몇 차례 같은 증세를 겪었지만 정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일’이 나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앞이 뿌옇게 보이고 오른쪽 몸에 심한 마비 증상이 나타난 것.
인근 개인 병원에서는 혈압이 매우 높으니 빨리 큰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종합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정씨에게 내려진 판정은 뇌경색 중기. ‘혹시나…’하는 불안감이 현실로 닥쳤다.
눈이 흐릿한 것은 시각 중추로 연결되는 뇌 혈관이 막혔기 때문. 왼쪽 뇌의 혈관 3곳에 진행중인 뚜렷한 경색이 마비 증세의 원인이었다.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은데다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고지혈증이 겹쳐 뇌경색을 부채질했다.
“하루에 한갑반씩 피운 담배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죠”.
우선 막힌 뇌 혈관들을 ‘뚫는’일이 무엇보다 급했다. 링거로 ‘항혈액응고제’를 1주일 정도 맞은 뒤 고지혈증과 고혈압 치료약을 복용한 결과 시력을 되찾고 마비증세도 사라졌다.
“조금만 더 방치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주치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젊다는 ‘과신’만으로 결코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앞으로 명심할 겁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마비증세땐 6시간내 종합병원 찾아야"
뇌경색의 ‘촉매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다.
이들 질환으로 인해 뇌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면 초기에는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끼다 심할 경우 의식을 잃거나 신체가 마비되는 증세를 보인다.
이같은 초기 증세를 느끼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뇌경색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특히 의식을 잃거나 마비 증세가 심할 때는 4∼6시간내에 신경외과가 있는 종합병원을 찾아 응급 처치를 받아야 병세를 꺽을 수 있다.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치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일단 시기를 놓치면 이미 뇌 조직의 괴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기 때문에 ‘혈전용해제’를 써도 별 효과가 없다. 또 전문의의 처방없이 함부로 약을 먹이거나 침을 맞거나 뜸을 뜨는 것은 ‘절대 금물’.
흔히 노년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뇌 경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50∼60대 후반. 그러나 최근 30∼40대 중년층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더러 20대 환자들도 발견된다.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에 흡연 과음 등이 겹쳐 뇌경색의 원인이 되는 질환들의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진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단일 질환으로는 뇌 혈관질환이 국내 질병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성기 환자는 혈액응고 상태를 검사한 뒤 항혈액응고제를 쓰면 뚜렷한 호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등 원인 질환에 대한 꾸준한 치료를 게을리 하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므로 철저히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이태규(경희의료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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