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 세종병원 흉부외과 병동. 3주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 준비를 하던 박미령양(14·중국 선양시)은 “건강을 되찾게 도와 주신 의사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선양시내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양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3세. 6·25 전쟁 당시 박양의 조부모는 중국으로 피난을 가 자리를 잡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우리 말과 글을 배우며 한국 사람임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박양의 소원은 꼭 한번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박양의 소원은 오래 전부터 아팠던 자신의 심장 때문에 이뤄졌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던 박양은 잔병 치레가 심해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차츰 낫겠지’하고 그냥 지냈죠. 하지만 소학교에 입학한 6살 때부터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3년 전 부모님과 함께 선양의 한 병원을 찾은 박양은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차일피일 정밀 진단을 미루었으나 가슴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심실 사이막 결손’으로 나타났다. 심장의 좌우심실을 구분하는 ‘벽’에 구멍이 뚫린 선천 심장 질환으로 수술이 시급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열악한 현지 의료 시설 때문에 수술을 망설였던 박양은 한국어린이 보호재단의 초청으로 국내 병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아팠던 가슴이 말끔히 나아 정말 신기해요. 앞으로 훌륭한 의사가 되어 이 은혜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감… 수술로 완치"
‘심실 사이막 결손’은 선천 심장 질환 중 발병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선천 심장 질환 사례는 엄밀하게 말해 1000명 중 1명꼴이다. 이 중 20∼30%가 이 질환에 해당된다.
이 질환은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의 좌우 심실을 구분하는 벽에 구멍이 생겨 ‘깨끗한 피’와 ‘더러운 피’가 서로 섞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가빠지고 극심한 피로감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대개 선천 심장 질환에 걸린 신생아의 경우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들을때 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많다.현재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 다만 염색체 이상 등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등으로 추정될 뿐이다.
일부는 성장하면서 구멍이 작아지거나 저절로 막히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악화되면서 각종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양심실 사이에 난 구멍을 메워주는 수술을 받는 것. 특수한 인공 재료를 이용하거나 환자의 심장 주변의 막 조직을 떼내어 구멍을 메우는 방법이 사용된다.
수술 시간은 3∼4시간 정도이며 완치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수술 후 6개월까지는 무리한 운동을 삼가고 정기적인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개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조기 진단 및 수술 기법의 발달로 갈수록 수술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만큼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신생아가 이유없이 힘들어하거나 젖을 빨 때 땀을 많이 흘리며 호흡이 가빠질 경우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받는 것이 좋다.
김수철(부천 세종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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