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신경외과병동 입원실. 이 병원에 오기 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는 이모씨(43·여·충남 당진군)는 26일 퇴원을 준비하며 가족들과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고향에서 초등학교 영양사로 재직 중이던 이씨에게 ‘병마의 그림자’가 닥친 것은 이달 초.
평소처럼 저녁을 먹은 뒤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심한 두통을 느꼈다. 너무 심한 통증에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음날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앞 이마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며칠째 지속됐고 결국에는 눈을 못 뜰 정도로 악화됐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며 심한 현기증과 구토 증세까지 나타나 결국 남편의 부축을 받아 천안의 큰 병원으로 갔죠.”
이 곳에서 이씨는 컴퓨터 단층활영(CT) 결과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더구나 출혈이 심해 수술해도 생존 확률이 낮다는 의료진의 얘기에 가족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9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이씨는 정밀 진단을 통해 ‘거미막밑 출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뇌동맥이 파열되면서 흘러나온 피가 머리 속에 고여 각종 증상을 일으켰던 것. 이씨는 다음날 오후 6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다행히 늦지 않게 큰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은 덕택에 이씨는 뇌 손상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 신체마비 등의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초기 증세가 나타났을 때 정확한 진단을 받았더라면 쓸데없는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위급한 질환은 빨리 큰 병원을 찾아가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도끼로 찍는 듯한 통증…심하면 의식잃기도"
‘거미막밑 출혈’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터져 뇌 바깥의 얇은 막(거미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현상. 심한 충격을 받아 생기기도 하지만 대개 자연적으로 꽈리처럼 부풀어오른 뇌동맥(뇌동맥류)이 파열되면서 발생한다.
거미막밑 출혈은 40대 이후에 생기는데 주로 50대∼60대에 발생하며 국내의 경우 연간 환자는 5000여명.
그러나 뇌동맥류는 성인 100명 중 2, 3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 뇌동맥류가 △화장실에서 힘을 주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성관계 등으로 갑자기 혈압이 상승했을 때 잘 파열된다.
특히 담배를 피거나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된다. 심한 두통 증세가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이를 “도끼로 머리를 찍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갑자기 구토가 동반되며 심한 출혈이 있을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따라서 힘든 작업 등을 한 뒤 심한 두통이 생기고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조금씩 피가 새고 있다는 ‘경고’이므로 빨리 큰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기 치료를 할 수록 생존율도 높다. 온몸이 마비되고 의식을 잃을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10명 중 9명은 생명을 건질 수 있다.
대개 파열된 뇌동맥 부위를 특수 기구로 막아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72시간 내에 재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입원기간은 대개 10일 정도이며 퇴원 뒤 정기적인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퇴원 후 당분간 등산과 수영, 운전 등을 삼가하고 산보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며 좋은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상당수 환자들이 퇴원 후 몸보신을 위해 건강식품 등을 많이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간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이규창(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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