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합니다]초기 자궁경부암 정정자씨

“평상시보다 냉이 많이 나와 병원을 곧바로 찾아 갔지요.”

4일 오전 서울대병원 3층 부인과 병동에서 퇴원을 앞둔 정정자씨(53·전남 목포시 원산동)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두달 전 질의 분비물이 많아져 집 근처 산부인과의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5일 뒤 다시 의원을 찾았고 의사는 자궁쪽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 암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말에 정씨는 놀랬다. 정씨는 이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올라왔다.

자궁상태를 잘 볼 수 있는 질확대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자궁입구 쪽에서 작은 암이 발견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다른 곳으로 전이는 없었고 자궁경부암 초기로 나왔다.

지난달 18일 5시간에 걸쳐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비록 자궁입구에 생긴 암이지만 혹시 암세포가 남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궁 전체를 들어내는 큰 수술이였다. 정씨는 퇴원하고 4주 뒤에 있을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받기 전에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일찍 발견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매년 정기검진 받아야▼

자궁 아래쪽에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전체 여성암의 13%로 위암 유방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98년 한해 동안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10만명당 25명으로 미국의 3배, 일본의 2.5배나 된다. 정기적인 부인암 검진을 하면 거의 100% 발견돼 다른 암보다 조기진단이 쉽고 치료도 잘 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높다.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 파필로마 바이러스(HPV)가 자궁경부암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인체에 감염된 HPV를 박멸할 방법은 없다.

진단은 간단하다. 자궁입구에 면봉을 이용한 세포진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비정기적인 출혈이나 질분비물이 많아지는 것 외엔 특별한 증상이 없으므로 성관계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1년에 한번씩 세포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김씨의 경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진 않았지만 증상이 나타난 즉시 병원에 간 것이 자궁경부암을 일찍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자궁경부암 초기에는 수술만 하거나 수술 후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치료를 하며 중기 또는 말기엔 수술보다는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치료를 한다.

초기에 발견돼 수술을 받으면 5년 동안 생존률이 90% 이상으로 높지만 말기에 발견되면 5년 동안 생존률이 15%로 뚝 떨어진다.

이효표(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2000년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