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 98병동에서 퇴원을 앞둔 서울 명덕고 2년생 이현우군의 퇴원 소감이다.
키 180cm, 61kg의 잘 생긴 이군이 입원한 것은 6월에 이어 두 번째 생긴 기흉 때문. 대입 준비로 이군은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독서실에서 줄곧 책상에 붙어 있다시피했다.
6월 등교하자마자 어깨가 심하게 결리며 등쪽이 아프고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자주 있었던 근육통으로만 알고 파스만 붙인 채 수업을 모두 마쳤다. 다음날에는 숨쉬기가 더욱 힘들어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서야 기흉인 것을 알았다.
당시에는 관을 삽입해 폐에 찬 공기를 빼고 퇴원했다. 50%가 재발된다는 말을 들었다. 두 번째 기흉이 발생한 것은 24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재발,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수술 결정이 내려졌다.
“수술을 받고 회복할 때까지 3시간이 걸렸습니다. 힘들었지만 다시는 기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 기분 좋습니다.”
현우군이 입원한 닷새동안 내내 병상을 지킨 어머니 서양자씨(46·강서구 신월동)는 “학교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한 편이었지만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병이 생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2∼3개월간 심한 육체적 활동이나 무리한 운동은 하지말라는 주치의의 당부에 현우는 “내년 대학입시 때문에 운동은 하고 싶어도 못해요”하며 웃었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 주치의 한마디
키다리 젊은층에 많아…재발률 50% 달해
폐기흉은 폐에 구멍이 뚫려 흉곽 안에 공기가 차는 것을 말한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연간 100여명이 폐기흉수술을 받는다. 환자는 고교생과 대학생 등 젊은 층에 많다.
폐기흉은 사람이 직립 동물이기 때문에 생긴다. 특히 180㎝이상 큰 키와 가슴이 좁고 메마른 사람에게 잘 걸린다.
키가 큰 사람은 둥근 풍선을 아래로 길게 늘려뜨려 놓은 것처럼 폐가 길쭉해 정상인에 비해 폐가 압력을 많이 받는다. 폐기흉은 주로 폐 위쪽에 생기며 폐의 약한 부분이 부풀러 올라 폐기포가 생기고 이것이 터져 기흉이 된다. 기흉이 심할 땐 공기가 많이 새어나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눌러 사망하기도 한다.
기흉은 심한 운동을 하거나 기침을 할 때 생길 수 있으며 증상은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다. 이때 사진을 찍어보면 폐가 공기에 눌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담으로 알고 참고 지내다가 공기로 차있던 폐 속 빈 공간에 물이 차 감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오면 부분 마취후 가느다란 관을 가슴 옆으로 넣어 공기를 빼준다. 재발률이 40∼50%나 된다. 폐기흉환자 중 △재발인 경우 △가슴사진에 1∼2㎝ 폐기포가 보이거나 △잠수부, 항공기 조정사인 경우는 수술을 실시한다. 겨드랑이에 3∼4㎝ 정도 째고 폐기포를 제거한다. 수술후 재발율은 3∼4% 정도.
내시경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지만 아직은 비싸고 재발율이 일반 수술에 비해 배 정도 높다.
수술 후 2∼3일 입원 했다가 퇴원한다. 수술 후엔 특별히 조심할 필요 없이 평상시 돼로 생활하면 된다.
김 길 동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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