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많이 팔수록 적자" 인터넷쇼핑몰 딜레마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비즈니스 모델(BM)은 ‘기업이 어떻게 해서 돈을 벌 수 있느냐’하는 방법을 담은 그릇이다.

좋은 BM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상품, 프로세스, 거래방식, 고객 및 시장을 잘 분석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분석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인터넷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어제까지 확실했던 BM이 오늘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아마존이나 프라이스라인이 대표적인 예.

아마존의 배송 프로세스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보면 BM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고객이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배달을 해주기를 원할 경우 아마존은 특정장소에 책을 모아놓아야 하며 모아놓는(재고) 기간은 당연히 구입한 책이 많을수록 길어진다. 이에 따른 재고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도표에서 알 수 있듯 책 1권을 주문한 사람보다 3권을 주문한 사람에게 들이는 평균비용이 오히려 많다. 또 3권을 주문한 사람보다 5권을 주문한 사람에게 평균비용이 훨씬 더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많이 팔리리라 예상되는 책을 미리 구입해서 창고에 쌓아 놓는 방법이 있는데 이 또한 엄청난 재고 부담이 된다. 결국 한꺼번에 많은 책을 고객이 살수록 재고비용이 높아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책을 미리 쌓아놓아야 하는 ‘재고의 딜레머’에 빠지게 된다.

최근 투자은행인 로버트슨 스테픈스의 기업분석가 라우렌 쿡 레비탄이 아마존에서 한꺼번에 여러 제품을 고객이 살 때마다 평균 2.91달러씩 손해가 나고 있음을 밝힌 것도 시뮬레이션 결과와 일치한다. 결국 이 문제는 상품 조달과 배송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 또 수요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어쩌면 아마존은 상품을 많이 주문하는 사람에게는 배송료를 더 받거나 몇 개이상은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해야 할지 모른다.

사실 아마존이 현재 안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인터넷 쇼핑몰에 해당된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여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향후 인터넷 비즈니스의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sjpark@kgsm.kaist.ac.kr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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