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산 마테오. 위민닷컴 본사가 있는 이곳은 실리콘 밸리중에서도 중심부다. 본사에서 만난 데이비드 브랜딘 수석 부사장(61)은 여성을 활용한 수익모델 개발로 말문을 열었다. 위민닷컴은 아이빌리지닷컴, 옥시젠닷컴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포털 사이트 3인방’중 하나.
브랜딘 부사장은 전세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수익모델 창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여성 고객을 향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 포털 3인방도 모두 아직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층을 공략하지 못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여성 포털 사이트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브랜딘 부사장은 단언했다.
▽‘인터넷 여성혁명(EVEolution:Eve+Revoution의 합성어)’은 시작됐다〓인터넷 시대의 ‘여성 주도권’은 오프라인에서의 여성의 구매력 독점이 온라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반 소비자 구매의 80%를 여성들이 좌우한다. 남성들의 영향력이 컸던 전자제품의 구매결정에 대한 여성의 영향력도 50%를 넘었다. 자동차의 경우 구매는 50%, 중고차 판매는 80%를 여성들이 결정한다. 특히 신경제 호황에 따라 미국 일반 가정의 주식보유 비율이 60%를 넘은 상태에서 주식거래의 결정권도 여성이 4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나아가 60만달러(약 6억 6000만원) 이상의 주택 등 부동산 거래에서도 여성이 40%에 가까운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
미국에서 앞으로 5년내에 상거래의 60% 이상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민닷컴의 로라 스즈크리발로 국제담당 이사는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 확산이 여성의 구매력 독점과 결합하면서 여성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피플 서프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인구중 여성의 비율은 95년 15%에서 올 상반기 63%로 늘었다.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여성들이 인터넷으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여성 고객의 특성〓브랜딘 부사장은 ‘여성은 커뮤니티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입소문’에 의한 정보교환이 중요하다고 것이다. 그는 동서양을 떠나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커뮤니티 중시에 대해 “단순히 인터넷에서 회사측이 제공하는 생활 쇼핑 정보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 상호간에 의견교환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여성들의 경우 특히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지향해야 할 과제를 잘 말해주고 있다는 것.
아이빌리지닷컴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건강 육아 미용 취업 재테크(금융관련 정보) 컴퓨터상식 등 16개의 콘텐츠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콘텐츠’를 지향한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여성회원들이 정보를 찾아 사이트를 방문하지만 콘텐츠는 다른 회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 회원간의 대화, 전문가와의 상담, 개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 제공 등 ‘온라인 양방향 커뮤니티’ 마련과 운영이 핵심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1000명 이상의 커뮤니티 운영자가 각종 주제와 화제별로 사이트를 이끌고 있다.
▽제휴 합병으로 돌파한다〓아이빌리지닷컴의 월 평균 방문자는 760만명. 위민닷컴은 지난해 12월 370만명에서 올해 580만명(여성이 75% 차지)을 넘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빌리지는 98년 약 3200만달러, 지난해 63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위민닷컴의 올 상반기 매출은 2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80% 이상 늘었지만 적자는 32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0만달러)에 비해 늘었다. 거의 모든 여성 포털 사이트들이 방문자와 매출은 늘고 있으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것. 수익이 주로 배너광고, 다른 사이트와의 제휴, 다른 사이트에 콘텐츠 제공, 인터넷 쇼핑몰 수입 등으로 이뤄지지만 배너광고 비중이 80% 이상인데다 배너광고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 인터넷 쇼핑을 통한 수입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랜 시간 사이트에 머물게하는 커뮤니티 강화로 인터넷 쇼핑 관련 수입을 늘리는 것이 과제다.
아이빌리지닷컴은 라마즈호흡법으로 유명한 ‘퍼블리싱 컴퍼니’, 공통의 취미를 갖는 온라인 커뮤니티 ‘패밀리 포인트’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공중파 방송인 NBC의 투자를 유치해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NBC 방송을 통한 ‘오프라인 광고’도 강화하고 있다.
위민닷컴은 지난해 오프라인 여성 잡지인 ‘허스트’와 제휴해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여성포털로서는 처음으로 허스트의 영국 자회사인 ‘내셔널 매거진’과도 제휴, 외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위민닷컴의 스즈크리발로 이사는 “앞으로 음반 영화 등 각종 품목의 전문 사이트와의 제휴를 통해 사이트 방문객들의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구자룡기자·김상훈KAIST테크노경영대학원교수>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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