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복시(Voxxy)사를 세운지 1년만에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미국에서 초고속망이 깔리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대용량의 동영상파일을 전화선을 통해 보는데 지친 이용자들이 점차 이 회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광대역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의 일종인 DSL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DSL이용자가 전체 인구대비 10% 수준인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600만명으로 수적으로는 한국보다 다소 앞서지만 전체 인구 대비 사용률은 2.2%로 한국의 4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화상채팅 관련 서비스만 봐도 그렇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선 모뎀을 활용, 1초에 3-5프레임만 전송돼 어색했던 화상전화 및 화상채팅이 광대역인터넷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영어회화, 재테크 상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영어회화 사이트인 (주)e-네이티브스피커닷컴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PC를 통해 미국 현지의 강사와 얼굴을 보며 영어회화 수업을 할 수 있다. 증권정보 사이트인 (주)사이스톡도 애널리스트와 1대1로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화상 투자상담을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순훈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광대역인터넷 망은 잘 깔려있는 반면 인터넷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이 뒤떨어져있다 며 정보 소외계층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이 앞으로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실시한 인터넷이용자 실태조사 결과 중졸 이하 인터넷이용자가 2.8%에 불과한 반면 고졸 27.85%, 대졸 이상 67.5%로 심각한 정보격차를 드러냈다. 지역별로는 대구 경북지역이 30%대로 서울 경기 지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같은 정보격차는 경제력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노인이나 시골의 농민 등 정보소외계층이 아직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광대역인터넷망의 속도와 인터넷 이용의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TV와 휴대폰 등을 이용한 위성인터넷 서비스다.
실제 영국의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B스카이의 자회사인 BIB는 회원 300만명의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성 디지털TV를 통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TV를 보는 것처럼 단말기를 조정해 쌍방향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즉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마우스로 번거롭게 클릭할 필요가 없어 PC를 두려워하는 계층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앞으로 광대역통신망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 동영상은 물론이고 3차원으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가능해지면서 전자상거래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위성인터넷 서비스에 10여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시장을 노린 측면이 다분하다. 중국의 경우 워낙 광활한 토지인데다가 인구 밀집지역이 떨어져있어 우리처럼 광통신망과 DSL망을 연결해 광대역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위성 인터넷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중국시장은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에 앞서있는 우리나라로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 아시아자유무역협정(FTA)을 인터넷 상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여기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배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만든 뒤 이른바 공동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려 미국 등에 판매하게 되면 무관세로 거래도 가능하다 며 아시안을 E커머스로 묶으면 미국의 E커뮤니티에 맞먹는 규모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컨설팅의 최정규파트너는 우리나라의 경우 광대역인터넷망 등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어 새로운 IT실험을 하는 테스트베드(시범지역)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전문가기고 "경쟁국보다 앞선 '정보 인프라' 적극 활용해야"▼
세계는 다시금 광대역 인터넷망 확산 경쟁에 돌입했다. 이같은 광대역망의 경쟁은 우리나라의 초고속통신서비스인 ADSL과 케이블모뎀의 확산이 촉발했는 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는 광대역 인테넷망 보급에서 경쟁국보다 앞서고 있다. 이 망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자 수에서도 인구 비례로 보면 세계 1위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 선진국으로 자긍심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보망이 우리 생활 수준을 높여주고 우리가 싸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일본이 우리보다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이 있다. 이 두 나라 사이에서 지식정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지혜는 뭘까. 우선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이들 나라보다는 정보 인프라가 탄탄히 갖춰져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인프라를 통해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윤택한 사회를 만들어야 진정한 정보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광대역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소비자들과 소규모 생산업체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해 상품을 팔고 살 수 있다. 광대역 인터넷망을 활용할 경우 전자상거래를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뿐더러 시장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변하면서 유통의 경쟁력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서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분명 유리한 위치를 점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세계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 있고 세계시장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광대역 인터넷망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우리의 중소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은 언제든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광대역인터넷 망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이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망을 어떻게 활용해 세계 전자상거래를 지도적인 입장에서 끌고 나갈 것이냐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순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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