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빠르고 편리한 '위성 인터넷' 뜬다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38분


미국의 음악전문 케이블방송인 MTV의 프로듀서 출신 케일러는 지난해 1월 사무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면 10대 소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고속통신망인 광대역인터넷(Broadband Internet)망이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동영상이 빠른 시간에 끊기지 않고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복시(Voxxy)사를 세운지 1년만에 그의 기대는 빗나갔다. 미국에서 초고속망이 깔리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대용량의 동영상파일을 전화선을 통해 보는데 지친 이용자들이 점차 이 회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광대역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의 일종인 DSL서비스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DSL이용자가 전체 인구대비 10% 수준인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600만명으로 수적으로는 한국보다 다소 앞서지만 전체 인구 대비 사용률은 2.2%로 한국의 4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화상채팅 관련 서비스만 봐도 그렇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화선 모뎀을 활용, 1초에 3-5프레임만 전송돼 어색했던 화상전화 및 화상채팅이 광대역인터넷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영어회화, 재테크 상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영어회화 사이트인 (주)e-네이티브스피커닷컴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PC를 통해 미국 현지의 강사와 얼굴을 보며 영어회화 수업을 할 수 있다. 증권정보 사이트인 (주)사이스톡도 애널리스트와 1대1로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화상 투자상담을 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순훈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광대역인터넷 망은 잘 깔려있는 반면 인터넷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이 뒤떨어져있다 며 정보 소외계층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이 앞으로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실시한 인터넷이용자 실태조사 결과 중졸 이하 인터넷이용자가 2.8%에 불과한 반면 고졸 27.85%, 대졸 이상 67.5%로 심각한 정보격차를 드러냈다. 지역별로는 대구 경북지역이 30%대로 서울 경기 지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같은 정보격차는 경제력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노인이나 시골의 농민 등 정보소외계층이 아직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광대역인터넷망의 속도와 인터넷 이용의 편리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TV와 휴대폰 등을 이용한 위성인터넷 서비스다.

실제 영국의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B스카이의 자회사인 BIB는 회원 300만명의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성 디지털TV를 통해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TV를 보는 것처럼 단말기를 조정해 쌍방향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즉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마우스로 번거롭게 클릭할 필요가 없어 PC를 두려워하는 계층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앞으로 광대역통신망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 동영상은 물론이고 3차원으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가능해지면서 전자상거래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위성인터넷 서비스에 10여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시장을 노린 측면이 다분하다. 중국의 경우 워낙 광활한 토지인데다가 인구 밀집지역이 떨어져있어 우리처럼 광통신망과 DSL망을 연결해 광대역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위성 인터넷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럴 경우 중국시장은 광대역인터넷 서비스에 앞서있는 우리나라로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 아시아자유무역협정(FTA)을 인터넷 상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여기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배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만든 뒤 이른바 공동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려 미국 등에 판매하게 되면 무관세로 거래도 가능하다 며 아시안을 E커머스로 묶으면 미국의 E커뮤니티에 맞먹는 규모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맥킨지컨설팅의 최정규파트너는 우리나라의 경우 광대역인터넷망 등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앞서있어 새로운 IT실험을 하는 테스트베드(시범지역)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전문가기고 "경쟁국보다 앞선 '정보 인프라' 적극 활용해야"▼

세계는 다시금 광대역 인터넷망 확산 경쟁에 돌입했다. 이같은 광대역망의 경쟁은 우리나라의 초고속통신서비스인 ADSL과 케이블모뎀의 확산이 촉발했는 지도 모른다. 분명 우리는 광대역 인테넷망 보급에서 경쟁국보다 앞서고 있다. 이 망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자 수에서도 인구 비례로 보면 세계 1위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 선진국으로 자긍심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정보망이 우리 생활 수준을 높여주고 우리가 싸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일본이 우리보다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이 있다. 이 두 나라 사이에서 지식정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지혜는 뭘까. 우선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이들 나라보다는 정보 인프라가 탄탄히 갖춰져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인프라를 통해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윤택한 사회를 만들어야 진정한 정보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광대역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소비자들과 소규모 생산업체들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인터넷에 접속해 상품을 팔고 살 수 있다. 광대역 인터넷망을 활용할 경우 전자상거래를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뿐더러 시장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변하면서 유통의 경쟁력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서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분명 유리한 위치를 점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세계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 있고 세계시장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광대역 인터넷망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우리의 중소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은 언제든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광대역인터넷 망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이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망을 어떻게 활용해 세계 전자상거래를 지도적인 입장에서 끌고 나갈 것이냐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순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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