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던 행사를 돌연 중단한 데 대해 와우북은 표면적으로는 배송 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실제로는 출판사, 서점은 물론 동종 온라인서점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와우북의 절반가격판매전략은 일 주일이란 짧은 기간 실시됐으나 같은 업계인 인터넷 서점은 물론 서울 대형 서점,지방 중소서점, 출판사 등 출판업계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가격할인이 신생 인터넷서점들의 최대 마케팅무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유사한 이벤트들이 계속 등장하고 이에 대한 자제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손님이 너무 많아 중단?"= 와우북은 일주일 동안 진행된 이벤트를 통해 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소비자에게 '와우북' 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도 성공했다. 실제로 할인 이벤트 이전에는 20대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할인 이벤트 기간 동안 '컴맹'에 가까운 40대-50대 주부, 직장인 회원이 크게 늘어났고 잠시나마 인터넷 서점 매출 순위 1위를 빼앗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우북이 이 행사를 조기 마감한 표면적인 이유는 전산 시스템 과부하, 재고 확보, 배송 지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어 일찌감치 행사를 접는다는 것이다.
이 회사 신용호 사장은 "와우북의 전 직원이 동원돼 재고를 찾고 책 박스를 준비하는 등 배송에 매달리고 있지만 와우북 게시판에는 배송이 늦는다고 항의하는 고객들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 반발에 부담 느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와우북이 행사를 조기 마감한 실제 이유는 오프라인 출판사, 도매상, 서점에서 도서 공급을 끊겠다는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올해 2월 온라인 서점의 할인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한국출판인회의와 종합서점상조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인터넷 서점 업계는 출판사와 서점들이 이전처럼 공문을 보내거나 집회를 여는 등 증거가 남는 공개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대신 비공개적인 방법으로 서적 공급 중단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서점의 한 관계자는 "일부 도매상들이 인터넷 서점에 대한 서적 공급을 막기 위해 책에 비표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유통업체를 적발해 공급 중단 압력을 넣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일부 도매상, 출판사는 와우북에 대한 서적 공급을 줄이면서 와우북이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서점인 '골드북'에도 책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있다. 와우북의 온-오프라인 서점이 동시에 도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와우북 주세훈 팀장은 "일부 지방 서점이 와우북에 책을 주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오프라인 서점의 반발이 심해졌다" 고 말했다. 주팀장은 "일부 오프라인 서점에서 2000만원 어치 도서를 주문한 적이 있지만 유통질서 보호를 위해 B2B 거래는 하지 않고 있다" 고 해명했다.
△파격 할인이 없어질까? = 와우북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놓고 출판업계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출판사-도매상-서점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도 와우북을 곱지않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 예스24는 16일 와우북의 이벤트가 "출판유통을 망치는 무분별한 할인제도"라며 "출판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인터넷서점등은 가격할인폭은 20-30%로 충분하고 나머지는 질높은 서비스로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인터넷서점들의 정책이 모두 이와 같지는 않다.
인터파크는 최고 40%할인정책에 읽은 책을 돌려주면 이를 보상해주는 페이백정책까지 구사하고 있다.특히 앞으로 등장할 신규 인터넷서점들은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마당에 파격적인 할인정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포털도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서점들은 50% 할인제도를 비난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느 누구라도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그 차액을 보상해주겠다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들고 나오고 있어 인터넷서점의 할인경쟁은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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