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디지털 상인-6]"손재주를 팝니다"…수공예품 전문점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3분


왼쪽부터 이현아, 유혜경, 이진아, 이인아씨.
왼쪽부터 이현아, 유혜경, 이진아, 이인아씨.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세 자매가 있었다. 첫째(이인아·36)는 의상학과를 나와 매장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둘째(이진아·34)는 방송국 직원으로, 막내(이현아·31)는 도예가로 나름의 길을 걸어갔다.

1999년 4월 첫째 인아씨가 경기도 일산 밤가시 마을로 이사가던 날, 이들에겐 무척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아씨의 살림집엔 사진 일을 하는 남편의 작업실과 조금만 손을 보면 가게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붙어 있었다.

자매는 의기투합했다. “그래, 우리 손재주를 살릴 수 있는 가게를 한번 내보자.” 토론 끝에 결정된 아이템은 수공예품 전문점. 어릴 때부터 현아씨와 친하던 유혜경씨(32)도 합류했다. 혜경씨는 이미 헝겊인형 만들기로 이름이 꽤 알려져 있었다.

가게 이름은 물건 특색을 살려 ‘손으로 만드는 집 ah(娥)’로 정했다.

▽아버지 명퇴금으로 사업밑천〓약간은 장난스럽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모든 준비가 한달 안에 끝났다. 사업자금은 아버지의 명예퇴직금에서 5500만원을 빌려 마련했다. “그냥 은행에 넣어두실 바에는 빌려달라고 말씀드렸죠. 선뜻 허락하시더라구요.(진아씨)”

99년 5월 가게문을 열었다. 인아씨는 인테리어와 매장 디스플레이, 진아씨는 매듭 등 소품제작, 현아씨는 도자기, 혜경씨는 바느질 용품을 맡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팔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모 여성지에 실리기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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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가 가져온 엄청난 홍보효과〓문제는 매장이 경기도 일산의 외진 주택가에 있다는 점이었다. 잡지를 보고 여기저기서 문의전화가 왔는데 물건 구경하러 오기가 무척 번거로웠다.

그러던 중 진아씨가 ‘별 생각없이’ 만든 홈페이지(www.sonsoo.com)가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홈페이지는 의외의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일반 고객들의 문의와 주문은 물론 큰 업체들의 사업제휴 요청이 쏟아진 것. 일산과 신촌의 카페 인테리어, 유명 의류브랜드의 매장 디스플레이, 신라호텔 납품 같은 일거리가 모두 인터넷으로 들어왔다. 홍보와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예쁜 물건 만들기’에만 몰두하던 이들에게 강력한 우군이 생긴 것.

▽부업을 원하는 주부와 예술가들에게 좋은 모델〓이들이 한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이것저것 경비를 빼고 순익은 300만원 남짓이다. 하지만 평소엔 각자 일을 하면서 일거리가 있을 때만 작업실에 모이는 ‘부업’ 형태인 점을 생각하면 짭짤한 편이다. 홈페이지 유지 비용도 한달에 3만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부업을 원하는 주부 취미 동아리와 예술 동호인들에게 알맞는 사업모델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활동과 사업을 병행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어떨 땐 공들여 만든 작품을 남에게 팔기가 망서려지기도 하지만요. 사업 규모는 앞으로 천천히 키워나갈 작정입니다.(현아씨)”

▽수공예품 진가 몰라줘 안타까워〓이들이 가장 안타까와 하는 것은 수공예품의 진가를 몰라주는 세태.

“왜 그렇게 비싸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안보이는 부분은 재봉틀로 박아서 단가를 낮추라는 말도 듣구요. 하지만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꼬박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건 몰라줍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과는 다른데…. 밤새 만든 물건을 보고 ‘여자들은 다 하는 것 아니야’란 말을 들으면 무척 서운해요.(혜경씨)”

8일에는 서울 홍익대 앞으로 작업실을 옮긴다. 영화배우 장미희씨 어머니가 건물 주인이라고.

-시리즈 끝-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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