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 어머니는 다그치듯 빠른 대답을 요구했다. 소년은 이른바 ‘가슴 달린 남자’, 여성형 유방증의 증세를 갖고 있었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소년은 언젠가부터 말수가 적어지고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자보다 예쁜 여자’로 통하는 유명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한창 주가를 올리는 마당에 어머니는 아들이 성적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이 소년처럼 봉긋한 가슴을 가진 증상은 생각보다 흔하다. 비록 남자라도 성장기에 왕성하게 분비되는 호르몬들 사이에 불균형이 생기면 가슴이 풍만해질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40∼50%는 조금씩이라도 여성형 유방증의 증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성장이 끝나갈 즈음이면 가슴도 함께 퇴화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이 가운데 4∼8%는 성인이 된 후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 수영장이나 목욕탕 출입은 엄두도 못내고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여성형 유방증의 교정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겨드랑이 밑 옆구리를 1㎝ 정도만 절개해 초음파 흡입기나 특수침으로 불필요한 유선조직을 빼내면 된다.
성장기가 아닌 30대 이후에 갑자기 여성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면 긴장할 필요가 있다. 만성 간염이나 내분비 호르몬 계통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건강의 적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드물게는 유방암에 걸린 경우도 있어 덩어리가 만져지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교정수술을 받고 병원문을 나서는 남성의 가장 큰 희망은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자 친구가 ‘절벽 가슴’으로 고민한다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결같은 남성의 심리 탓에 납작한 가슴을 가진 여성이 계속해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은 아닐까.
심형보 네오성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