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12)]간암:간염환자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 입력 2002년 3월 31일 17시 22분


간암은 아기가 태어난 뒤 백신을 접종하면 상당 부분은 예방할 수 있다.
간암은 아기가 태어난 뒤 백신을 접종하면
상당 부분은 예방할 수 있다.
배의 오른쪽 윗부분, 갈비뼈 안쪽에 있는 간(肝)은 인체의 종합생화학공장으로 불린다.

간은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들을 적절하게 처리하며 혈액응고물질, 콜레스테롤 등 수천 가지 물질을 만든다. 몸에 쌓인 독소도 이곳에서 해독(解毒)된다.

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 인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간암은 암세포가 다른 곳에 전이돼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다른 암들과 달리, 처음 암세포가 생긴 장기(臟器)의 가동을 중단시켜 환자를 숨지게 하는 독특한 암이다.

간암 치료에 있어서도 장기의 기능을 보존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암세포의 박멸은 다음이다. 이 때문에 다른 암은 주로 종양내과 교수들이 치료하지만 간암은 간을 전공하는 내과 의사가 담당한다.

▽간암은 왜 생기는가?〓아직도 누군가 간암에 걸렸다고 하면 “어? 그 사람 술도 안먹는데…”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 술이 간암의 주범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주범은 B, C형간염 바이러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70%는 B형간염, 20%는 C형간염이 악화돼 생기며 알코올, 약물독성 등에 의한 간암은 10% 미만이다.

간암 환자의 85% 이상은 간염을 거쳐 간경변증까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간암 환자의 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간암 치료의 원칙과 특징〓간암도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누지만 의사들은 환자 치료시 몇 기(期)인지보다 간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우선 고려하며 암의 크기와 분포, 수 등을 보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간암은 일반적으로 암의 크기보다는 종류에 따라 치료율이 크게 다르다. 간암은 암세포가 간조직에 뭉쳐 있는 ‘결절형’과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침투해 들어가 있는 ‘침윤형’으로 나뉜다. 간암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침윤형 암은 간 기능을 쉽게 떨어뜨리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고약한 암이다. 간암은 또 재발이 잦다. 원인인 바이러스를 뿌리 뽑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간암은 재발됐을 때마다 상태에 따라 계속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발하면 속수무책인 다른 암과는 다르다.

▽간암 치료의 무기〓모든 암을 일거에 박멸하는 무기는 없다. 획기적인 간암 치료법이 개발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간암 치료법은 없다.

간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고 한 개의 암덩이가간 표면 가까이 암 덩어리가 하나 있으면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전체 간암 환자의 10∼20%에 불과하다.

간기능이 정상이거나 일반인에 비해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암의 크기가 3㎝ 이하이고 암덩이의 수가 3개 이하일 때에는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에탄올을 종양 내에 직접 주입해서 암을 괴사시키는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PEI)’로 치료한다. 또 암이 3개 이상이면 암이 영양분을 공급받는 혈관을 약물로 막아버려 암을 ‘아사(餓死)’시키는 ‘간동맥 화학 색전술(塞栓術)’로 치료한다. 간기능이 떨어진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3개 미만의 암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식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PEI 대상 환자에게 △암덩이에 아세트산을 주입하는 ‘아세트산 주입술’ △암덩이에 전극을 삽입해서 고주파를 방출시키고 열로 암을 응고 괴사시키는 ‘고주파 열치료’ △세침 전극을 삽입해서 극초단파를 방출시켜 암을 괴사시키는 ‘극초단파응고요법’ △간동맥을 통해 방사선 동위원소를 주사해서 암을 괴사시키는 ‘홀뮴-키토산 요법’ 등의 치료법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 ‘표준 치료법’인 PEI를 대체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이 유의할 점〓간암에 있어서 간기능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성분 불명의 약재를 먹었다가 간에 독성이 생기면 치명적 결과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처방 약 이외의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채식만 할 경우 간세포 재생에 필요한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해야 하며 한두 달만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 해도 복수가 차오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간암이 발생하기 쉬운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만성 B, C형 간염환자, 항체가 음성인 30세 이상 남자 또는 40세 이상 여성은 4∼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도움말〓서울대의대 내과 이효석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암 Q&A

Q>간암은 어떻게 예방하나요?

A>간암은 대부분 간염을 예방하면 자연히 예방할 수 있다. B형간염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산모가 바이러스 보유자이거나 환자일 경우 아이를 낳자마자 12시간 안에 예방백신과 면역글로불린을 함께 접종해야 한다. 산모가 정상일 경우에는 생후 2개월 안에 첫 백신을 맞힌다. 추가접종은 백신에 따라 다르다. 어른은 처음 한번 접종한 뒤 항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추가접종한다. 2, 3 차례 접종해도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정기적으로 간검사를 받는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접종 후 항체가 생길 확률이 떨어지므로 20대 이전에 맞는 것이 좋다.

그러나 C형간염은 예방 백신이 따로 없으므로 혈액을 통한 전염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거나 간염이 발병한 경우에는 약물 또는 주사요법 등으로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B형 간염은 라미부딘, C형 간염은 리바비린 등의 먹는 약이 나와 있으며 임상 시험 중인 약도 몇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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