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미국의 사진작가 헬라 해미드가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은 작가 디나 메츠거의 상반신을 찍은 사진 ‘전사(Warrior)’를 발표하면서 붙인 글이다. 이 사진은 유방암 환자의 고통과 허무함, 환희의 표정이 절묘하게 섞인 명작으로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한 도화선이 됐다.
관심은 늘었지만 유방암 환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기원전 8세기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활을 쏘기에 편하도록 어렸을 때 오른쪽 유방을 도려내고 키웠다는 여전사족 아마존처럼 암으로 유방을 잃는 여성이 많다.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이며 일본 싱가포르에서 여성암 1위가 된 지 오래이다. 국내에서는 1980년 유방암 환자가 전체 여성 암환자 중 9.3%였지만 2000년 15.1%로 급증했다. 현재 위암(15.8%)에 이어 발병률 2위이지만 5년 뒤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진단 가능〓유방암은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선인장 껍질을 가슴에 붙이는 등 허무맹랑한 치료법에 매달렸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유방암은 완치할 수 있다. 5년 생존율은 암이 유방에 국한됐다면 96% 이상, 유방 및 주위 조직에 번진 경우에는 70%다.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경우에는 20% 가량.
▽치료법 발전〓유방암의 치료법은 다른 암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방과 주변 조직을 완전히 도려내는 유방근치술을 했지만 90년대 이후에는 가슴 근육을 일부 남기는 ‘변형 유방 근치술’을 비롯해 유방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쪽으로 수술하고 있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서 암이 처음 전이되는 림프절인 ‘감시 림프절’을 검사해 이곳에 암세포가 없으면 겨드랑이 림프절을 남겨두는 수술법도 사용되고 있다.
항암제로는 허셉틴, 텍세인 등 암세포의 특정 부위만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또 유방암 세포가 성장할 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점에 착안해 이 작용을 방해하는 타목시펜 아로메타제 억제제 등 항호르몬제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유방암 세포가 피부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특수 관을 넣어 공략하는 방법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합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예방법〓최선은 예방, 차선은 조기진단이다.
유방암은 5% 정도가 유전적이며 나머지는 후천적 환경에 의해 생긴다. 여성호르몬은 암의 발병에 깊숙이 관계하는데 초경이 늦고 폐경이 늦을 때, 임신한 적이 없거나 30세 이후 처음 임신한 경우에 발병률이 높다.
이들 위험군에 속한 여성은 특히 유방암에 유의해야 한다.
유방암에 걸리면 흔히 멍울, 통증, 분비물, 젖가슴 함몰, 겨드랑이 멍울, 양쪽 유방의 갑작스러운 비대칭 등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증세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20세 이상 여성은 매달 거울 앞에서 유방을 관찰하며 자가 진단을 하고 35세 이상은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은 매년 유방촬영술(맘모그램)을 받도록 한다. 플라스틱 판에 유방을 밀착시킨 뒤 X레이 촬영을 하는 것. 지난해 네덜란드의 의학자들이 맘모그램의 유용성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게 미국암학회 등 의학계의 정설이다.
유방촬영술 뒤 필요하면 조직검사를 받는데 이전에는 유방을 찢어서 했지만 지금은 △유방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미세관을 삽입하고 여기에 달린 바늘이 회전하면서 둘레의 여러 조직을 떼어내는 ‘맘모톰’ △검진을 하면서 젖가슴의 작은 종양을 잘라 없앨 수도 있는 ‘ABBI’ 등이 개발돼 있다.
지방질 섭취를 줄이고 콩과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또 아이를 낳으려면 가능한 한 일찍 낳도록 한다. 매주 3일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도 좋다. 모유를 먹이지 않는 여성에게 유방암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모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도움말〓서울대의대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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