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던 궁금증을 풀 실마리는 1970년대 후반에 독일의 주르하우젠 박사가 발견했다. ‘여성’ 안에 기생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발견한 것. 후속 연구로 HPV에 감염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암에 20∼100배 잘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94년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이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고 공표했다.
자궁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궁경부암은 90∼95%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위생상태와 관련이 있으며 이런 이유로 ‘후진국형 암’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여성 암발병 순위에서 이 후진국형 암이 위암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으며, 암 직전단계인 자궁 상피내암을 합치면 1위로 올라간다.
▽자궁목과 암의 발병〓자궁은 조롱박이 거꾸로 매달린 모양. 이 조롱박의 입구 모양이 경부(頸部), 즉 자궁의 목이며 질(膣)과 연결돼 있다.
자궁에서는 길쭉한 모양의 원주세포가, 질에서는 납작한 모양의 편평세포가 만들어지며 자궁경부에는 원주세포가 편평세포로 바뀌는 ‘변형대’가 있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의 90∼95%는 주로 변형대에 HPV가 감염돼 생긴다. 즉 보통 때에는 변형대가 말려 있지만 이 부위가 펴지면서 세포들이 외부에 노출될 때 발암 요인에 노출되면 세포가 변형돼 암이 되는 것. 초경 때나 첫 임신 등의 시기에 이 부위가 잘 펴진다.
환자가 여러 상대와 성관계를 맺어도 생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바람둥이 남편이 아내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적으로는 ‘일부종사(一夫從事)’ 또는 ‘일부종사(一婦從事)’하는 것이 자궁암을 예방하며 특히 남편의 아내 사랑은 아내의 암을 막는 효과가 있다.
건전한 성생활, 혼전 순결 등을 지키는 것은 주위의 고리타분한 도덕군자나 윤리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지키는 사람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다.
흡연도 자궁경부암의 원인이므로 금연해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5∼10%는 변형대 이외 부위에 생기는데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조기검진이 중요〓자궁경부암은 대부분 HPV 감염 뒤 5∼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35세에 암세포가 상피에만 있고 기저층을 침투하지 않은 상피내암(0기암), 40대 중반에 기저층(基底層)을 침투한 침윤암의 단계에 이른다.<그래픽 참조>
1기암 이전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100%, 1기말에는 80∼90%이지만 2기초에는 70∼80%, 2기말에는 60∼65%, 3기에는 35∼45%, 4기에는 15%로 떨어지므로 본격적으로 암이 진행되기 전에 발견하거나 조기발견하는 것이 관건이다.
30세 이상인 여성은 1, 2년마다 면봉이나 칫솔 모양의 특수 기구로 세포를 살짝 긁어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세포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검사법은 암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나오는 ‘위 음성률’이 15∼30%에 이른다.
HPV가 있는지 검사하거나 자궁경부에 초산을 투여한 뒤 사진을 통해 진단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검사’, 자궁경부를 6∼40배 확대해 관찰하고 의심 부위를 떼어내 조직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확대경검사’ 등을 곁들이면 위음성률이 낮아진다.
▽조기치료와 수술〓HPV 자체의 치료는 어려우나, HPV 감염으로 생기는 자궁 상피내암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 조직을 도려내거나 얼리거나 태우는 등의 치료 방법을 사용하면 병의 진행을 막으면서 바이러스 자체도 박멸시킬 수 있다.
이때 조직을 도려내는 방법을 사용하면 세포 기처층에 암이 침투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상피내암 단계에서 양배추 생강 녹차 등의 특수성분이 암 진행을 억제하며 당근 등에 많은 비타민A가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기와 2기초까지는 수술이 기본이고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며 2기말 이후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할 경우 환자의 병기, 나이, 전신상태 등에 따라 단순자궁적출술, 광범위 자궁적출술, 골반제거술 등의 방법 중 선택하게 된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송용상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HPV
인유두종바이러스.여성의 질 안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로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포유동물에서도 발견된다. 성기나 항문 주위에 닭벼슬 모양으로 번지는 사마귀인 ‘곤지름’이 있으면 90% 이상, 자궁경부암 환자는 95% 정도에서 이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현재 120여 가지가 발견됐으며 16, 18형 등이 암을 일으키는 고위험 바이러스이고 6, 11형 등은 암과 관련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서호석 교수팀은 병원의 정기검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9.4%가 16, 18형 등 고위험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국립보건원이 ‘직업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는 남성의 음경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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