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교수의 뇌의 신비]유전자조절로 남편바람기 잡는다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41분


인간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몰려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회성의 차이는 유전적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고독’이나 ’사교’ 같은 단어와는 무관해 보이는 동물 선충에서 나왔다.

선충은 우리 장 속에 기생해 살아가는 회충 비슷한 동물인데 이 중에는 음식을 혼자 먹는 놈도 있고 여럿이 함께 먹는 녀석도 있다.

최근 드 보노 박사팀의 실험에 따르면 선충의 npr-1 유전자에는 두 종류의 변이가 있는데 이에 따라 음식을 먹는 행위가 달라진다고 한다. 즉 동료와 함께 음식을 먹는 녀석은 npr 수용체 단백질의 215번째 위치에 페닐알라닌 아미노산이 붙어 있고 고독한 행동을 하는 녀석은 대신 밸린이 붙어 있다.

유전적 조작을 가하여 이 아미노산을 서로 바꾸어 주면 갑자기 고독한 녀석은 사회적인 행동을 하고, 사회적인 녀석은 홀로 고독을 씹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적어도 선충에서는 단 한 개 아미노산의 차이가 이들의 사회적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포유류에서는 npr-1 대신 여러 종류의 신경 단백질이 사회성과 관계되지만 이중 중요한 것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과 바조프레신이다.

이들 단백질의 역할은 동물의 종류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바조프레신은 일부일처제인 초원 들쥐에서는 수컷의 공격성과 영역 지키기 행동을 촉진하지만 난교 상태인 산악 들쥐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초원 들쥐에서 이런 신경단백은 교미 후 뇌에서 증가하여 파트너에 대한 애정 표현을 촉진시킨다. 교미를 하지 않더라도 이들을 쥐에게 주입하면 같은 효과를 낸다. 즉 일부일처제를 가진 동물에서 이런 신경단백은 일부일처제를 돈독히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악 들쥐에서는 이런 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 차이는 이들 동물의 뇌 신경단백 수용체의 유전적 차이에서 유래 할 것이다.

이런 원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지 확실치 않지만 한 인간의 사회성, 배우자에 대한 충실도, 혹은 바람기의 정도는 아마도 바조프레신이나 옥시토신 수용체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는 애정이 식어 바람이 난 남편에게 바조프레신 유전자 치료해 달라고 병원을 찾는 부인이 생길지도 모른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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