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리기 실력이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야생 생활을 하고 있다면 체육이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과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달리는 능력을 포기한 대신 대뇌를 발달시킨 동물이다.
인간의 대뇌가 발달했다고 해도 무게만으로만 보면 고래나 코끼리는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1200∼1400g 정도인데 코끼리는 4000g, 고래는 무려 9000g이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의 무게를 몸무게로 나눈 비, 즉 상대적 뇌의 무게는 모든 포유류 중 인간이 가장 무겁다. 이러한 상대적 뇌 무게야말로 머리의 좋고 나쁨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많은 주름이 있다. 이것은 진화과정 중 자꾸만 발달하는 신경세포를 딱딱한 두개골 내에 구겨 넣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
뇌 주름을 모두 펴 놓으면 그 넓이는 보통 A4용지 4장 정도가 된다. 침팬지 뇌는 A4용지 한 장,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쥐는 우표 한 장 정도의 면적이 된다. 뇌의 주름이 많을수록 머리가 좋을 텐데 놀랍게도 돌고래는 인간보다도 뇌의 주름이 많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예외적인 것으로 돌리고 싶지만 돌고래는 자신이 인간보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대뇌가 갑자기 커진 것은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인 250만년 전이었다. 이때 갑작스러운 기후의 변화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동물의 개체수도 줄어들었다. 이런 척박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발명과 협동이었다. 도구를 발명해야 했고, 협동 규칙을 세워야 했으며, 먹을 것을 공평히 나눌 줄 알아야 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손재주, 언어 그리고 계산 능력을 발달시켰으며 이런 능력을 수행하는 신경세포는 우리 뇌의 이곳저곳에 자리잡아 대뇌를 크게 만들었다.
인간의 뇌는 앞으로 더욱 발달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우리는 현재 지구의 주인이지만 아직 어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래에 닥치는 여러 문제에 창의성을 가지고 도전하려 애를 쓸수록 우리의 뇌는 더욱 발달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로봇이나 컴퓨터가 우리가 생각할 것을 대신해 준다면 우리는 머리가 나쁜 동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뇌의 발달을 위해서라면 진정한 지구의 평화는 오지 말아야 한다. <끝>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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