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은 아기를 24시간 돌봐주고 좌욕기, 황토방, 유축(乳縮)실 등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으며 식사나 청소 빨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산모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러 산모들과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나눌 수 있어 산후 우울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이 아기에게 좋은 환경인지 아닌지는 한 번쯤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아내가 간 산후조리원은 아기를 돌보는 직원이 적어 한 사람이 8명 정도의 아기들을 맡았다. 그래서 직원이 아기를 안고 직접 분유를 먹이기보다는 젖병을 수건에 받쳐 대주고 아기 혼자서 분유를 먹도록 했다.
우유를 먹은 아기가 소화가 잘 되도록 직원이 아기의 등을 톡톡 쳐 트림시키는 것은 바랄 수도 없었다. 모유를 먹으면 아기변이 묽어지기 마련인데 조금만 심해져도 설사를 방지하는 ‘특수분유’를 먹였다. 또 묽은 변을 자주 봐 기저귀발진이 생기면 아예 모유를 끊도록 권유했다.
한 번은 승민이가 엎어져서 베개에 코를 박고 숨이 막히는지 버둥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직원은 엎드려 누이면 아기가 덜 운다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생후 10일 된 아기는 고개를 스스로 가눌 수가 없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산후조리원에서 요가와 아기마사지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도 있는데 대부분 협찬업체의 광고로 귀결돼 씁쓸했다. 이를테면 아기마사지 시간에 마사지하는 요령을 잠깐 가르쳐주곤 주로 오일제품을 선전했다.
모든 일이 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기 마련이지만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는 한 번쯤 아기 입장에서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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