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승민이에게 모유 수유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3개월가량 육아휴직을 내어볼까도 고려했다. 그러나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이용한 전례가 없었고, 업무의 특성상 몇 개월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도 무리였다.
결국 우리는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탁아모를 알선해주는 베이비시터 업체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출퇴근형이 적어도 100만원 이상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다음엔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냈다. 수 십통의 전화가 왔지만 아기를 낳아 키워본 경험이 없는 20대 유아전공 출신자가 많았다. 심지어 취업난 속에서 아직도 직장을 못 구한 듯한 남학생에게도 전화가 왔다. 조건이 좀 맞는다 싶어도 집과 거리가 멀어 아내가 출퇴근을 하면서 아기를 맡기기가 힘겨운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이웃에 사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안심도 되고,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우리가 직접 발로 뛰는 게 좋겠다.’
때부터 우리는 집 근처 아파트에 ‘아기 돌봐주실 분 구함’이라는 방을 붙였다. 퇴근 뒤엔 전화를 주었던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면접을 했다. 마음에 쏙드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급여에 너무 민감하거나, 집안에 어린 아기가 있거나, 경험이 전혀 없거나, 돌봐주는 다른 집 아기가 있거나 등등 꼭 한 가지씩 문제가 있었다.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승민이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다행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드디어 같은 동에 사는 믿음직한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직장을 다니며 승민이를 키우는 동안은 탁아문제라는 시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300명 이상 사업장에 보육시설 의무화 조치가 발표됐다. 우리는 이것이 공염불로 끝날 약속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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