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나는 승민이를 보고 깔깔 웃었다. 승민이 잇몸에서 새하얀 이가 돋아났는데, 아래쪽 앞니부터 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위쪽 송곳니부터 났기 때문이다.
보름 전부터 승민이가 유난히 침을 많이 흘리고, 곰돌이 모양의 치아발육기만 보면 달려들어서 곰돌이 팔다리가 닳도록 잇몸으로 물어뜯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한참을 웃고 난 뒤 아내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젖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경우 간혹 이 나는 순서가 바뀌는 아기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이가 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충치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젖니의 건강은 바로 평생 사용할 영구치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수유 후에는 맹물을 먹여서 입안을 헹궈주고, 하루에 한두 번 거즈수건으로 이와 잇몸을 닦아준다.
이가 여러 개 나면 치실로 이 사이를 닦아주면 더욱 좋다.
아기가 우유병 젖꼭지를 문 채 잠들 때 특히 조심해야 되는데 이때 아기가 ‘우유병 치아 우식증(충치)’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분유에는 모유보다 당분이 많기 때문에 분유를 먹고 자라는 아기의 25%에서 충치가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보통 생후 3∼4개월이면 헝겊으로 만든 치아 발육기를 쓰며 5∼6개월이면 고무나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치아발육기를 사용한다. 치아 발육기는 이가 나느라 근질근질한 잇몸을 시원하게 해줄 뿐 아니라 잇몸 마사지 효과가 있다. 만일 잇몸이 발갛게 되고 아파하면 치아 발육기 사용을 중지하고 가까운 소아과나 치과에 가도록 한다.
아기의 치아관리는 임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임신 초기에 젖니 씨가 태아의 턱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 때는 각종 음료수와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칼슘을 충분히 섭취한다.
승민이가 유달리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리면 일부러 우유병을 물려 재운 적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