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부부 초보육아일기]<22>아이가 놀랐어요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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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사서 먹이라니깐.”

“아이참, 엄마 필요 없대도….”

장모가 요 며칠동안 승민이를 봐주실 때, 아내는 장모와 서로 다른 육아견해로 가끔 논쟁을 벌였다. ‘기응환’을 먹일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그런 논쟁 중의 하나였다. 장모는 승민이가 작은 문소리에도 화들짝 잘 놀라고, 누가 큰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운다면서 기응환을 먹이라고 하셨다. 아기가 잘 놀랄 때 기응환을 먹이면 덜 놀란다는 이유에서다.

비단 장모뿐만 아니라 어른 들 중엔 기응환을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즉 배탈이 났을 때나 울고 보채며 잠을 못잘 때,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습관처럼 기응환을 찾는 것이다. 심지어 아기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보약’으로 생각해서 매일 꾸준히 먹이기도 한다.

기응환의 성분은 웅담, 사향, 백삼 등으로 진정(수면유도)작용을 한다. 따라서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무서운 장면을 봐서 너무 놀랐을 때 일시적으로 쓸 수 있는 약이다. 그러나 돌 이전의 아기에게 습관적으로 쓰면 덜 성숙한 간과 신장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

열이 있거나 배가 아플 때 어른들이 갈아서 주던 청심환은 어떤가. 청심환에는 황련, 황백 등 강한 약리작용을 가진 성분이 들어있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제품설명서에도 7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먹이지 말라고 쓰여 있다. 소아과 의사들은 이러한 약제를 사용해 병의 증세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지만 간질, 칼슘 결핍 등 원인 질환을 발견할 시기를 놓쳐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아기가 잘 놀라는 것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경기’는 30초에서 5분 정도 의식을 잃고, 경련을 하는 것으로 놀라는 것과는 다르다. 만일 아기가 부르르 떨거나 경기를 보이면 즉각 의사에게로 달려가야 한다.

의사에게 진찰 받는 것은 둘째 치고, 변변한 해열제조차 구하기 어렵던 시절에 이런 약들은 나름대로의 구제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동네마다 소아과 의원이 있고, 좋은 약들도 많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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