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이가 잠을 하도 못 자고 보채는 바람에 우리 부부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으로 비장의 무기인 우유병을 들이댔다. 이렇게 해서 몇 달 동안 끊었던 밤중 수유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이 우유병이 나중엔 ‘복병’이 될 줄이야….
기저귀 발진은 며칠 지나서 나았지만 한번 든 버릇이 무섭다고 승민이의 잠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새벽에 한두 번은 배가 고파 일어나 우유를 찾았고, 우유를 주면 180ml를 단숨에 먹고는 트림시킬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다.
그러나 잠을 자면서도 배가 불편해서인지 승민이는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심할 때는 마치 몽유병자 같았다. 자다가 몇 바퀴씩 뒹굴고, 앉듯이 일어났다가 다시 누워버리거나 포복자세로 기어다니기도 했다. 먹고 잠드니 기저귀도 더 많이 갈아줘야 했다. 따라서 승민이는 더 자주 깨고, 또 분유를 먹게 되고…. 악순환이었다.
승민이가 칭얼댈 때마다 일어나서 분유를 타준다고 아내는 아내대로 고생이었다. 한번 길들여진 밤중 수유를 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는 승민이가 젖을 찾더라도 등만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금방 잠들고는 했다. 하지만 눈치가 생기면서 이젠 이것이 통하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처절히 우는데 외면할 수도 없었다.
밤중 수유를 끊기로 목표를 정하고 분유량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나중에는 분유 대신 물을 주고, 점차 물도 줄여 나갔다. 승민이가 밤에 잠을 제대로 자기까지는 거의 20일이 걸렸다.
부모가 잠깐 편하자고 한 일이 나중에 더 크게 고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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