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카메라 플래시가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승민이의 성장 모습을 담은 지 어느 덧 9개월. 아내는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주위사람들에게 e메일로 보낸 다음 꼭 답장을 요구한다. 행여 답장에 사진에 관한 언급이 없으면, 전화를 해서 기어이 "귀엽다“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의사, 약사라는 명함이 있지만 아기 키우는 것을 보면 우리도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에 지나지 않는다. 승민이를 처음 대하던 날, 너무 작아서 “언제 키우려나…” 했는데 어느새 승민이는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집안 살림을 뒤지는 몸무게 10kg의 아기로 성장했다.
승민이도 많이 컸지만, 육아라는 경험을 통해 우리 부부도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의학과 육아는 공통된 부분도 있지만, 분명 다른 영역이 있었다. 의대에서 배운 지식은 아기의 건강관리엔 도움을 줬지만, 아기를 키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아기 목욕시키기, 마사지하기, 젖병 소독하기 등 모두 새로 배워야했다.
또 황달, 배꼽탈장은 잘 아는 질환인데도 막상 내 아기에게 나타나니 애가 타고 가슴이 미어졌다. 부모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승민이에게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양 육아서적과 의학서적을 뒤졌다. 이런 것들이 육아일기의 소재가 됐다. 그동안의 육아일기는 즐거움과 고통이 어린 우리 가족의 성장기라 할 수 있다.
육아일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아내의 필사적인 모유 먹이기를 읽은 한 독자는 자신이 첫째 아기는 분유로 키웠지만 둘째는 반드시 모유로 키우겠다고 아내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아내의 모유실패담을 읽은 여러 명의 독자는 직장 내 모유수유의 열악한 상황에 공감을 표했다. 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 하라는 얘기를 썼을 때는 소아과개원의협의회로부터 전문성이 없는 보건소를 소개했다고 항의하는 e메일을 받기도 했다. 승민이 얼굴이 금복주 같다는 표현에 사진을 보내달라는 독자도 있었다.
우리는 승민이를 육아원칙대로 키우지는 못했다. 달콤한 과일은 이유식 초기엔 피해야 했지만 ‘척척 잘 받아먹는다’는 이유로 딸기, 오렌지 등을 먹여 가뜩이나 ‘밍밍한’ 야채죽은 더 먹이기가 힘들어졌다. 또 우유를 먹이며 재우는 것이 치아에는 치명적이지만 재우기 위한 가장 편안한 방법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우유를 먹이고 있다.
맞벌이로서 아기를 맡길만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보육시설이 충분할 것으로 여겨지는 과천정부청사에서도 그곳 보육원에 들어가려면 3년 이상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한 후배의 얘기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승민이를 어디에다 맡길 것이냐는 승민이 취학 전까지 계속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초보엄마, 아빠’다.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고, 더 많이 사랑하리라.<끝>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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