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34>약효-부작용 묻는 건 ‘권리’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아내는 한때 약국에서 약사로 일했다. 아내가 있던 약국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종종 왔는데 그들은 약을 받을 때 질문이 참 많았다고 한다. 처방받은 약의 성분이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고 각각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기를 요구했다. 아내는 바쁜 와중에 익숙지 않은 영어로 설명해야 하므로 번거롭기도 했지만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 여겼다.

이에 비해 우리는 약에 대해 설명도 하기 전에 낚아채듯 약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약병에 담긴 가려움증 치료제 칼라민 로션을 아기에게 먹이는 엄마도 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약사들 사이에서 오갔다.

의약분업으로 의사의 처방전은 공개되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약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약사에게 질문해서 답을 얻자는 ‘Get the answers’운동이 20여 년 전부터 벌어졌다. 물론 목적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바로 알자’는 것.

여기에서는 약을 구입할 때 △약의 이름과 효능 △복용 시 주의 점 △약의 부작용 및 대처법 △다른 약이나 음식물과의 상호작용을 물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처방약의 효능과 부작용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약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는 만큼 약에 대해 신뢰가 생기지만 모를 때는 약을 더 먹거나 임의로 끊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아기의 감기약을 처방받은 뒤 아이의 증상이 좋아졌다고 항생제마저 쉽게 끊어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성균을 만들 틈 없이 균을 싹쓸이하게끔 항생제는 적어도 5일 이상 진득하게 먹여야 된다. 흔히 어른들은 콧물을 줄이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부작용 때문에 감기약을 먹고 푹 잘 수 있다. 반면 아이들은 오히려 잠을 못 자고 흥분하며 손발을 떠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설사 처방 중에 지사제는 설사가 멈추면 바로 끊어도 되지만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정장제는 남은 약을 다 먹이는 게 좋다.

한편 아토피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소아에게는 대체로 가장 낮은 단계의 약이 처방된다. 강력한 염증 억제 약인 스테로이드는 사용방법을 잘 지켜서 적시에 쓰면 부작용을 피하면서 효과를 잘 볼 수 있는 약이다.

약사에게 지불하는 조제료에 액수는 크지 않지만 530원의 복약 지도료가 포함되어 있다. 처방된 약에 대한 문답은 환자의 권리이자 약사의 의무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약에서도 통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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