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 복제연구 금지냐 허용이냐…보이지 않는 전쟁

  • 입력 2004년 6월 3일 18시 56분


인간배아 복제연구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안을 둘러싸고 유엔 무대에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1년 이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설치한 이래 유엔에서는 연구를 전면 금지하자는 미국 및 가톨릭국가들의 주장과, 치료용 복제연구는 허용하자는 아시아 및 유럽 일부 국가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2년 전엔 완전 금지가 40여개국, 치료용 복제 허용이 80여개국이었으나 지난해엔 금지가 90여개국, 일부 허용이 40여개국으로 분위기가 역전됐다.

유엔 한국대표부 한명재 참사관은 “한 세미나에서 ‘복제연구를 허용하면 후진국 여성들은 난자까지 팔게 돼 훗날 아이도 낳지 못하게 될 것’이란 일부 과학자의 주장이 후진국에 먹혀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그동안 192개 유엔회원국의 과반수 찬성을 자신하지 못해 두 차례에 걸쳐 1년씩 논의를 유보한 끝에 이제 올가을 대회전을 몇 달 앞두고 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올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완전 금지’를 내걸었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은 지난해보다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영국 등 유럽이나 한국 등 아시아에 뒤져 있어 상용화될 경우 미국이 경쟁에서 밀린다는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올해 유엔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8월 실무위원회, 9월 제6분과위원회(법률), 10월 총회의 의결을 각각 거쳐야 한다.

현재로선 미국 등의 완전 금지 주장이 강하며 이것이 채택되면 짧게는 3∼5년, 길게는 10∼20년간 관련연구가 금지될 수 있다고 한 참사관은 우려했다.

반면 황우석 교수는 “표결로 가면 어렵다”면서도 “미국 내 상당수 과학자들도 치료용 복제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난치병 환자 조직이 강하기 때문에 완전 금지 결의안이 쉽사리 채택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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