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산학협력재단 홍국선(洪國善·재료공학부 교수) 단장은 2일 본보 기자와 만나 “전국 427개 대학이 참여하는 지적재산권 관리 및 기술이전 통합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기술 관리와 유통 연구 등을 종합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대학이 공동으로 R&D 성과를 통합해 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황우석(黃禹錫·수의학) 오세정(吳世正·물리학) 교수 등 공대와 수의대 자연대 등 7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하고, 실무·전문위원 교수 24명, 단과대별 기술평가위원회 교수 50명을 조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210개 대학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적재산권 관리와 운영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홍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벤처 붐’ 등으로 인해 대학의 특허기술은 빠르게 늘어난 반면 이를 각 기업과 연결시키고 수익을 배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통합센터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우선 올해 중 지방의 주요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을 이관 받은 뒤 내년부터는 사립대와 전문대까지 포괄하는 전국적인 통합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학 보유 기술 통합 관리=서울대가 통합센터 구축에 착수한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 공급자인 대학과 수요자인 기업간에 기술 유통 체계가 단절돼 있기 때문.
특허청에 따르면 1997년 대학이 출원한 특허는 225건이었지만 2002년에는 646건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대학이 갖고 있는 특허와 기술이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정리 분류되지 않은 데다 기술이전 성과가 교수들의 업적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국공립대는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대학이 갖게 해 교수들이 개인 명의로 특허를 출원하거나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에 기술을 넘기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각 대학이 갖고 있거나 교수진이 개발한 기술을 한 곳에 모아 통일된 기술용어와 표준화된 방법으로 분류한 뒤 국내외 특허 출원을 대행해 준다는 계획이다. 특허 출원 비용은 통합센터가 부담한다.
법률적 검토는 서울대 법대 교수들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이 담당하며 기술을 팔게 되면 통합센터와 대학이 수입을 나누게 된다.
▽기업 기술이전 확대=서울대의 이번 통합센터 설립 계획은 대학의 R&D 성과를 사업화한다는 의미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을 확대한다는 산학협력 방안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전문인력(교수·연구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종합기술정보망을 인터넷상에 구축키로 했다.
홍 교수는 “종합기술정보망을 이용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바로 검색할 수 있고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 연구단을 별도로 조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익배분 문제로 인해 대학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많은 ‘실험실 창업’이나 창업보육센터의 주식 수입, 학교시설 사용료 수입 등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게 돼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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