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에 지진관측장비 설치해야”…해일 예측에도 효과적

  • 입력 2004년 6월 6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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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동쪽 80km 해상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육상뿐 아니라 해저에도 지진관측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통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건물에 균열을 일으키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발생시켜 주의가 요망된다. 물론 이번 지진은 바다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육상에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저지진은 대규모의 해일을 일으킬 수 있어 바다속에서도 감시망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자원연구본부 박민규 박사는 “보통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작은 지진들이 먼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면 해일을 예측할 수 있다”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수중 800∼1000m 지점에 해저지진감지장치(AUH)를 설치해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지진을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육상에서 기상청이 관할하는 33개소를 포함해 총 48개의 관측소가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전정수 박사는 “이번 지진 발생지역과 비슷한 곳에서 1963년에 두번(리히터 규모 5.7, 5.8) 1981년에 한번(5.2) 일어났다는 육상에서의 관측기록이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근해에서 지진이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이 비교적 깊은 해저 13.1km 지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해일이 없었다”며 “만일 4∼5km의 낮은 수심에서 발생한다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민규 박사는 “한국 동해 정도의 넓이면 AUH를 10군데 이내만 설치해도 충분하다”며 “미국의 경우 장비 한 세트당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우덕모 지진담당관은 “해저감시망 설치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지금까지 심각한 사례가 없어 예산상의 이유로 우선순위에 밀려있는 게 사실”이라며 “먼저 해일을 감시할 수 있는 관측소를 증설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해일관측소는 1999년 울릉도에 설치된 것이 유일하다.

그는 “1983년과 1993년 일본 북쪽 홋카이도 근해에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우리 동해 지역까지 해일이 밀려와 재산피해가 컸다”며 “불과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시간이어서 지난해 마산과 울릉도에서 첫 대피훈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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