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의술’ 대체의학을 해부한다]<3>만성질환도 고친다?

  • 입력 2005년 11월 7일 03시 05분


동의대 미술치료클리닉에서 색종이 오려붙이기 등 우울증 환자의 치료법을 재연했다. 환자의 신상 보호를 위해 학회 관련자들이 시범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미술치료학회
동의대 미술치료클리닉에서 색종이 오려붙이기 등 우울증 환자의 치료법을 재연했다. 환자의 신상 보호를 위해 학회 관련자들이 시범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미술치료학회
“우울하세요? 그럼,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세요.”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성재(가천의대 길병원 교수) 이사장이 전하는 우울증 치료법이다. 말이 안 될 것 같지만 보완대체의학에서 미술과 음악은 좋은 우울증 치료제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보완대체의학이 현대의학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며 “정통 현대의학을 보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어린이 심장병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다. 만성질환의 보완대체의학치료법에 대해 들어 봤다.

음악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모습. 사진 제공 대한음악치료학회
▽우울증=음악과 미술치료는 개별 환자가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룹으로 많이 한다. 여러 명이 어울려 놀면서 ‘밝음’을 이끌어낸다는 원리다. 그리기나 색종이 오리기, 합창하거나 연주하기 등이 있다.

생약요법도 있다. 허브의 일종인 ‘성 요한 풀’은 우울한 기분을, ‘카바’ ‘발레리안’은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가벼운 증세일 때 효과가 있다.

‘마저럼 향’ ‘베르가모트 향’을 흡입하는 아로마세러피도 있다.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켜 증세가 가벼운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겨울철에는 증세가 심한 환자에게 광선치료가 도움이 된다.

▽당뇨병=정통 현대의학의 처방과 비슷하다. 정기적인 운동과 함께 식이요법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현미나 통밀처럼 오래 씹을 때 단맛이 우러나오는 ‘복합 당’ 식품을 권장한다.

생약요법도 병행한다. ‘호로파’ ‘미국산 인삼’ 등이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고 부작용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만 중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크롬’을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할 때도 혈당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마늘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아토피피부염=정통 현대의학과 거의 흡사하다. 다만 생약치료가 자주 활용된다.

오메가지방산이 풍부한 ‘달맞이꽃 종자유’를 바르면 효과가 있다는 외국 연구가 있다. 또 감자 전분 또는 녹말과 소다를 혼합한 물로 목욕을 20분 정도 하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이렇게 하면 보습 효과를 내며 약의 침투를 도와 주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서 쓰는 ‘엘리델’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병행하는 게 좋다.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이 약을 쓰면 효과가 높다.

▽고혈압=‘포타슘’ 섭취가 권장된다. 소금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성질이 있어 혈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 환자의 70%가 8주 뒤에 혈압이 떨어졌다. 포타슘은 고구마 감자 호박 바나나에 많이 들어 있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도 권장된다. 해조류가 미끈거리는 것은 ‘알긴산’이란 섬유질 때문인데 이 성분이 혈압에 부담을 주는 당분과 지방을 에워싸서 대변으로 내보낸다.

다만 해조류에는 갑상샘(갑상선)염을 일으킬 수 있는 요오드가 많아 지나친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만성피로=생약요법 중 마황과 오갈피가 많이 처방된다. 마황의 ‘에페드린’, 오갈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운동 능력을 높이고 피로를 줄인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인삼, 오미자, 사과, 레몬, 황기, 초산, 토마토, 마늘, 상추, 참깨 등 자연식품도 피로 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돼 처방에 많이 활용된다. 비타민B와 C의 복용도 권장된다. 혈중 마그네슘 함량이 낮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유사하기 때문에 때로 마그네슘 섭취도 권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갱년기 ‘향기’로 넘긴다▼

갱년기 초기엔 아로마세러피가 효과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만성질환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이 고통을 겪는 게 바로 갱년기 증상이다. 물론 여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되지만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호르몬의 부작용을 경고한 뒤 꺼리는 여성이 많아졌다.

보완대체의학에서는 이에 따라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식물성호르몬 치료법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콩과 ‘승마’ ‘달맞이꽃 종자유’ 등에서 추출한 생약이다.

갱년기 초기일 때는 아로마세러피도 효과가 있다. 보통 장미 향이나 네롤리 향 또는 재스민 향을 많이 사용한다. 이런 성분으로 된 크림을 사용한 마사지도 효과가 있다. 다만 원액을 사용하면 발진이나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식물성 오일을 섞어 묽게 한 뒤 바르도록 권하고 있다.

가끔 찾아오는 극심한 편두통도 보완대체의학에서는 생약요법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것이 허브 차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식물은 국화과 계열의 ‘피버퓨’. 주성분인 ‘파테놀리드’가 두통을 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해 증상이 나타나는 간격과 강도를 모두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은행과 고추열매도 편두통의 예방과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침술요법’이나 뼈를 똑바로 맞추는 ‘정골 요법’도 두통 치료에 사용된다. 정골 요법은 근육과 뼈의 구조를 정상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인체 내부의 자연 치유력을 높인다는 원리다. ‘카이로프락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런 요법은 전문가로부터 받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럴 땐 이런 게 좋대요

당뇨 : ‘복합 당’ 호로파 아토피 : 달맞이꽃 종자유 고혈압 : 고구마 감자 김 다시마 만성피로 : 마황 오갈피 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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