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제 성공]기적에 도전… 하늘도 감동했다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 실험실. 연구원들이 복제에 필요한 난자를 난소에서 채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 실험실. 연구원들이 복제에 필요한 난자를 난소에서 채취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살아 있다! 살았어!”

4월 24일 오후 7시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황우석(黃禹錫) 석좌교수가 누런 어미개의 배를 가르는 순간 연구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황 교수가 어미 배 속에서 까만 털에 뒤덮인 수컷 강아지를 치켜들자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는 이렇게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났다. 몸무게는 530g. 정상이었다.

2002년 8월 황 교수팀이 개 복제 연구를 시작한 뒤 숱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2년 8개월 만의 성공이었다. 개 복제는 이때까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복제 전문가들도 고개를 흔들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황우석교수팀 회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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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개 복제는 연구가 전혀 안된 상태여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거든요.”

연구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이병천(李柄千) 교수는 아직도 ‘스너피’ 탄생 순간의 감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3월 16일 초음파 검사로 ‘스너피’의 어미가 임신에 성공한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한다. 그만큼 개 복제는 어려웠다.

황 교수팀은 1999년 2월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지만 ‘국내 최초’의 성과였을 뿐이었다. 이미 1년 전 일본 연구팀이 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

2002년에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돼지를 복제했지만 2년 전 영국 연구팀에 선수를 빼앗긴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 더 개 복제만은 ‘세계 최초’로 성공하자고 다짐했다.

2002년 8월 황 교수, 이 교수, 강성근(姜成根) 교수를 중심으로 10명의 ‘개 복제팀’이 처음으로 구성됐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유학 와 박사과정에 다니던 외국인 2명도 연구팀에 포함됐다.

1년 후인 2003년 8월 초음파검사를 통해 처음 임신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개 복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식 48일 후 유산이 됐다. 개의 임신기간이 63일이니까 출산을 15일 남겨뒀을 때였다.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에 매달렸던 일부 연구원은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올해 5월에는 ‘스너피’에 이어 2번째로 복제 개가 태어났으나 출생 22일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연구원들의 발을 구르게 했다.

“하늘을 감동시킬 때까지 실험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황 교수는 이 말로 연구원들을 다독거렸다.

불상사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엔 연구팀의 맏형인 이 교수가 개의 배란 시기를 맞추려고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혈액을 뽑다가 개한테 사정없이 손을 물리고 말았다. 이 교수는 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연구팀의 김민규(金敏奎) 박사는 “여성을 포함해 연구원 가운데 실험견에 안 물린 사람이 없다”며 “연구팀에는 상처가 큰 사람이 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의 차도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도 실험동물회사에서 발정 난 개를 골라 서울대 실험실로 옮길 때 이 교수의 차를 이용했다. 수십 차례에 걸쳐 개를 수송하다보니 차 안은 온통 개 냄새였다. 나중엔 냄새에 익숙해진 연구원 외에는 누구도 탈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정부 지원으로 예산이 확보돼 개 수송 전용차로 옮기고 있다.

세계 최초의 개 복제 성공 사실이 처음 공개된 3일은 ‘스너피’가 태어난 지 정확히 102일 되는 날.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백일잔치를 치른 셈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외국 주요언론‘황우석 신드롬’▼

황우석 교수팀이 3일 오전 11시 세계 최초의 개 복제 성공 소식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에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CNN, NHK, 로이터 등 세계 유력 언론을 비롯한 150여 명의 내 외신 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외신은 본사에서 직접 과학 담당 전문기자를 파견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직접 대형 화면을 통해 약 20분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손짓을 하거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황 교수의 유명세를 실감케 하는 장면.

발표 후 황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 서울대 이병천 교수와 함께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30분간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동기에 대해 황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이 자랑스럽게 연구한 내용을 외국에서 먼저 발표할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제너틱 세이빙스 앤드 클론(GSC)’의 벤 칼슨 대변인은 “누군가 우리를 이긴다면 그것은 바로 황 교수팀일 것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며 “그들의 과학기술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논평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2차례 애완용 고양이를 복제해 미국에서 처음 판매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黃교수팀"원숭이 복제 어렵겠지만 복제배아 얻는 실험할것"▼

“스너피에게 체세포를 제공한 아빠 개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현재 스너피의 모습과 똑같아요.”

황우석 교수는 3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태어난 지 102일 된 스너피를 소개하며 감격스러워했다.

다음은 황 교수팀과의 일문일답.

―한 마리가 사망한 이유는….

“5월에 태어난 한 마리는 모유를 병에 넣어 주었더니 먹지 않았다. 그래서 입에 튜브를 넣어 강제로 먹였는데 너무 어린 상태라서 먹이가 폐로 들어가 ‘이물성 폐렴’이 발생했다.”

―개 두 마리가 모두 제왕절개로 태어났는데 대리모가 희생되지 않았나.

“대리모를 포함해 그동안 난자와 체세포를 제공한 개 가운데 실험에서 희생된 것은 한 마리도 없었다.”

―이번 실험에서 복제 배아 1095개 가운데 한 마리가 태어났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성공률이 1.6%라고 높은 수치로 표시돼 있는데 왜 그런가.

“배아를 기준으로 보면 성공률은 0.09%다. 하지만 대리모를 기준으로 보면 123마리에서 (비록 한 마리는 죽었지만) 두 마리가 태어났으므로 1.6%라고 표기한 것이다. 성공률을 높이려면 추가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앞으로 원숭이 복제에 도전할 계획은….

“제럴드 섀튼 교수와 우리 팀은 현 단계에서는 원숭이 복제가 매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원숭이의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복제 배아를 얻는 실험은 수행할 것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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