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마니아였던 미국인 존 디 씨(55)는 최근 태국 휴가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심한 가슴통증을 느꼈다. 순간 협심증이 재발한 것을 감지했다. 다행히 그는 경유지였던 대만의 한 병원에서 심장 스텐트 응급시술을 받고 회복했다. 디 씨는 “이미 스텐트 시술을 한 번 받은 적이 있어 불안했는데, 대만 의료진의 신속 정확한 조치에 편안한 마음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 씨가 감탄했던 점은 공항과 병원의 연계 시스템.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은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의 국제의료서비스센터와 교신해 선택 가능한 병원과 그 수준을 안내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입국 과정은 생략됐다. 활주로에서 곧바로 응급차로 옮겨졌다. 응급차는 이동 중 심장 악화에 대비해 이동식 심장 치료장치 세트를 갖췄다. 그는 응급차로 약 30분을 달려 핑전 시 롄신병원에 도착해 4시간에 걸친 시술을 받았다.
디 씨 같은 응급환자뿐만 아니라 의료관광을 위해 대만을 방문한 사람들은 “공항에서부터 의료서비스를 받는 느낌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대만 공항들은 입국장에서 외국인이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선택해 진료실에 갈 때까지 도와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 공항-병원 원스톱 서비스
실제로 타오위안 국제공항 국제의료서비스센터를 찾았을 때 이곳에 상주하는 의료코디네이터 4명이 외국인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찾아주고 있었다. 먼저 대기 중인 의료진이 간단한 진료를 통해 증상을 파악했다. 센터 내 진료실은 주사실, X선 검사실, 일반 치료실, 치과 등을 갖췄다. 진료가 끝나면 코디네이터는 센터에 등록된 50여 개 병원 중 환자의 증상에 맞는 2, 3개 병원의 특징을 설명해줬다. 환자는 이를 바탕으로 병원을 선택한다.
특히 롄신병원은 심혈관계 질환자들이 자주 찾는다. 환자는 우선 공항에서 검사를 받고 결과 설명서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된다. 수석 간호사인 샤오위펑 씨는 “공항 의료센터를 통해 매년 외국인 환자 200여 명이 롄신병원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센터에 근무하는 코디네이터와 의료진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최소 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간호사는 “안녕하십니까? 환영합니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 한국 프로그램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입니다”라며 반겼다.
대만에는 타오위안 국제공항을 포함해 쑹산, 타이중, 가오슝 등 4개 공항이 국제의료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24시간 콜센터로 사후관리
롄신병원은 공항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환자를 유치할 뿐만 아니라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병원 3층에 있는 ‘24시간 콜센터’가 그 핵심이다.
콜센터에선 직원 10여 명이 헤드셋을 끼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콜센터 풍경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정식 간호사 자격을 갖춘 의료진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간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의문점들도 해결해준다. 전화비는 모두 병원 측에서 부담한다.
롄신병원 마케팅부의 장즈위 매니저는 “전화 모니터링 대상은 대부분 중화권 손님”이라며 “비싼 수술을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인데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서 ‘다음에 다시 찾을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 의료관광객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언어 장벽이 없어 장기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
○ 대만, 프티성형 무기로 한국과 경쟁
대만 의료관광의 주축은 미용성형 분야다. 특히 작은 시술로도 동안 효과를 내는 보톡스 필러 등 ‘프티성형’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주력 분야가 비슷한 셈이다.
의료기술도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게 국제적인 평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만의 의료환경 인프라는 세계 24위. 한국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24∼26위에 머물렀다.
반면 수술비는 한국보다 싸다. ‘대만 의료국제화프로젝트 센터’에 따르면 대만에서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술을 받을 경우 2만7500달러(약 2900만 원)가 들어 한국(3만1750달러·약 3370만 원)보다 저렴하다. 성형외과의 안면거상술 역시 한국은 최대 750만 원인 반면 대만은 최대 522만 원으로 한국보다 230만 원 정도 저렴하다.
언어도 강력한 경쟁 무기다. 대만은 대만어가 있지만 표준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의료관광의 큰손인 중국인 환자들이 ‘같은 값이면 대만’을 선호하는 이유다. 류후이인 롄신병원 경영관리부장은 “적어도 중국인 의료관광객 시장에서만큼은 한국 일본보다 앞서 나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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