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만 강조하면 흡연공포 금방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6일 03시 00분


[담배 이제는 OUT!]加 경고그림 도입 참여 스웨너 교수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위협 무시… 담배별로 차별화된 경고 필요”

“경고그림은 (흡연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혐오스럽기만 하다면 조만간 그 효과가 사라질 것이다.”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부 교수(62·사진)는 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웨너 교수는 금연정책 개발에 앞장서 온 공공보건 전문가다. 캐나다 내 정책은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범미국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등 수많은 정부, 재단,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강구해 오고 있다.

캐나다는 담배 경고그림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나라다. 스웨너 교수는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전문가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제도의 효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서 스웨너 교수는 경고그림의 효용을 높이려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배 경고그림은 흡연자에게 공포를 주는 게 목적인데, 흡연의 공포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면 막다른 길에 몰린 흡연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림이 주는 위협을 무시하게 된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끊을 순 없기에 의식적으로 위험을 무시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담배의 경고그림을 키우는 게 최선은 아니라고 스웨너 교수는 강조했다. 담배별 유해성에 따라 차별화한 경고그림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가장 위험하고 중독성이 강한 건 일반 담배인데, 종류별로 유해성이 다른 담배에 모두 동일한 (크기, 종류의) 경고그림을 부착할 경우 일반 담배도 다른 담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계속 피울 수 있다”며 “위험도 차이에 따른 차별화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스웨너 교수는 “담배의 피해는 주로 ‘흡연’(연기를 흡입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며 “연기를 통해 니코틴을 흡입하는 이들을 내버려둘 경우 매일 전 세계에서 약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중독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흡연은 줄이되 니코틴은 흡수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체재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덜 위험한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중보건의 핵심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스웨너 교수#혐오감#강조#흡연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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