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보존율 90% 이상으로 높여 삶의 질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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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베스트닥터 <3> 대장암

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가 콘솔(로봇 조종기)에 앉아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보조 의료진은 로봇팔을 교체하는 등 수술을 돕는다. 연세암병원 제공
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왼쪽)가 콘솔(로봇 조종기)에 앉아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보조 의료진은 로봇팔을 교체하는 등 수술을 돕는다. 연세암병원 제공
《소장에서 항문에 이르는 대략 1.5m의 소화기관이 대장이다. 항문에 가까운 곳을 직장, 그 윗부분을 결장이라고 한다. 대장암은 이 직장과 결장에 생기는 암이다. 서양식 식습관이 보편화하면서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 다행히 내시경 검사가 확대되면서 2011년부터 조금씩 발병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76.3%로 일본(71.1%)과 비슷하고 미국(66.3%)보다는 높다. 1기에 발견하면 95.4%에 이를 만큼 치료 성적이 좋다. 5년 생존율은 주변의 조직으로 전이가 일어나면 81.5%로 줄어들고, 원격 전이가 이뤄지면 19.5%로 떨어진다.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이 있다. △50세 이상이면서 △붉은 육류와 육가공품을 자주 먹거나 △비만형 체형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장암도 초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베스트닥터들은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번째 비결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꼽았다.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용종이 발견됐다면 1, 2년마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베스트닥터 수도권 1위와 5위의 득표 차는 3표였다. 실력과 명성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치료 방법도 비슷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전통적인 개복 수술에서부터 복강경, 로봇 수술을 두루 시행하고 있었다.

초기 암일 때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주변 장기로 전이가 되면 함께 적출하기 위해 개복 수술을 더 많이 한다. 직장암 초기에는 국소 재발률을 낮추고 항문을 보존하기 위해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부터 한다.

○ 기능 유지가 최대 과제

베스트닥터들의 치료 원칙 첫 번째는 환자를 살리는 것, 두 번째는 수술 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장암, 특히 직장암 분야에서 최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원칙 중 하나가 항문 보존이다.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항문이 손상되면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아랫배에 구멍을 뚫어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 배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의 대부분이 항문 보존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항문에서 3∼5cm 떨어진 직장에 암이 생기면 항문 기능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런 경우에도 항문을 많이 살려낸다. 1990년대에는 항문 보존 환자 비율이 20%도 안 됐지만 최근에는 90%를 넘어섰다.

○ 환자의 선택권 존중하는 의사


김남규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62)는 환자의 선택권을 특히 존중한다. 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춰 치료법을 결정하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를 찾는 환자가 많다.

김 교수는 2016년 암 환자의 극복 스토리를 담은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김 교수에게 수술받은 환자가 감사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제작을 권유했다. 제작비도 그 환자가 댔다. 김 교수는 수익금 전액을 병원에 기부했다.

김 교수가 수술한 환자는 총 9000명이 넘는다. 개복 수술은 물론 복강경과 로봇을 모두 능숙하게 다룬다. 암 재발률은 6%를 밑돈다.

대외 활동도 활발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의 회장과 이사장을 모두 지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회장, 대한임상종양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현재 대한대장암연구회 회장이다. 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대장항문학회지 부편집인을 맡고 있다.

○ 로봇 수술의 선구자


김선한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60)는 개복 수술이 보편적이던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복강경 수술을 배웠다.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의 대장암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했다.

2007년에는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직장암을 수술했다. 다빈치 제조사는 김 교수의 수술법을 직장암 로봇 수술의 매뉴얼로 삼았다. 이후 김 교수는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비롯해 세계적인 병원들의 초청을 받아 로봇 기술을 시연했다. 덕분에 대장암 수술의 ‘세계 표준’이란 평판을 얻었다. 김 교수는 대한외과로봇수술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임상로봇수술학회를 창립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김 교수에게 수술받은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평균치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의 3기 환자의 경우 이 생존율은 80.9%나 된다.

○ 크론병 줄기치료제 개발


유창식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57)는 진료에서 수술까지 3주 이내에 끝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환자가 넘치면 다른 의료진을 추천하기도 한다. 다만 희귀질환을 동반했거나 난도가 높은 수술은 직접 맡는다.

유 교수도 환자의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 치료법의 의학적 근거와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한다. 말기 암 환자에게도 여생을 잘 계획하도록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다.

매년 500명 이상의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는 유 교수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암센터의 대장암 수술 누적 건수는 3만 건을 돌파했다.

유 교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크론병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치루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크론병은 소화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환자의 40∼50%가 치루로 고통을 받는다. 유 교수는 환자의 자가지방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상연구를 지휘했다. 이 치료제의 완치율은 70∼80%이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 말기환자 생존율 끌어올려


박규주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55)가 수술한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말기를 포함해도 평균 71%를 넘는다. 박 교수도 다른 베스트닥터와 마찬가지로 항문을 살리는 수술을 선호한다.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 항문에서 3cm 이내에 암이 생겼을 때에도 10명 중 7명은 배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도 항문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위해 전문 간호사를 따로 둬 관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를 이끌고 있다. 한 해 2만5000여 명의 환자가 이 센터를 찾는다.

이 센터는 30여 년 전인 1990년과 1991년, 서울대 암연구소에 ‘한국 가족성 용종증 등록소’와 ‘한국 유전성 대장암 등록소’를 설치해 유전성 대장암 연구를 시작했다. 이 등록소들은 1993년 ‘한국 유전성 종양 등록소’로 통합됐다. 1997년에는 암유전자클리닉도 개설돼 가장 흔한 유전성 대장암인 유전성비용종증대장암(HNPCC)이 생기는 데 관여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소통하는 의사’로 유명한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교수▼

환자-가족 위한 인터넷카페 운영… 매주 건강콘서트도 열어



암이 치명적 질병이기에 환자의 두려움은 더 크다. 의사와 환자의 소통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53)는 ‘소통하는 의사’로 특히 유명하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환자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암 환자와 가족이 회원인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만2500명을 넘어섰다. 매일 200여 명이 들르며 이 중 10명 정도가 꼬박꼬박 질문을 던진다. 김 교수는 반드시 일주일 이내에 답변한다.

이와 별도로 김 교수는 매주 목요일, 병동 한쪽에 있는 휴게실에서 ‘건강콘서트’를 연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휴게실에는 대략 30∼40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몰려든다. 보통은 1시간 일정으로 진행하지만 질문이 넘쳐나면 1시간 반, 길게는 2시간을 넘길 때도 많다. 김 교수는 해외학회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건강콘서트를 취소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명절 휴일에도 콘서트를 열었다. 암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지, 어떻게 관리하는 게 최선인지 등 질문은 매번 비슷하지만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

2014년 어느 날, 김 교수는 환자들 앞에서 시인인 이해인 수녀의 시 ‘저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낭송했다. 이해인 시인 또한 대장암을 앓았다. 그런 시인의 시를 통해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유럽대장학회와 미국암연구학회, 미국대장항문학회 정회원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을 맡았다.


▼非수도권 명의 최규석 교수▼

로봇수술 12년째 베테랑… 관련 연구논문 100편 넘어



최규석 칠곡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55)는 비(非)수도권에서 가장 대장암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현재까지 복강경 수술 4000건, 로봇 수술 600건 이상을 시행했다. 지금도 매년 600여 건의 대장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이번 베스트닥터 선정 과정에서도 최 교수는 전국의 여러 병원 의사들로부터 고르게 표를 얻어 수도권의 2위와 동일한 성적을 거뒀다. 환자들이 “교수님 같은 의사가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환자들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환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최 교수는 대장암 로봇 수술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2007년부터 대장암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수술외과학회는 2009년 미국 시카고에서 만들어진 미국임상로봇수술학회(CRSA)다. 최 교수는 이 학회의 창립멤버이자 아시아 의사로는 처음으로 8대 회장에 선출됐다. 회장으로 있던 2016년 대구에 학회 행사를 유치했는데, 이 학회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학회를 개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발표한 로봇 수술 관련 연구 논문만 100편이 넘는다. 2013년에는 영국 포츠머스의 한 병원에서 초청해 로봇 수술을 시연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10여 개국을 돌며 50회 이상 수술을 시연했다. 명성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환자가 찾아온다. 직장암에 걸린 인도 의사가 직접 와서 최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대장암#대장#내시경#건강#의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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