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평론]'마더 2'

  • 입력 2001년 3월 5일 11시 37분


‘마더 2’는 닌텐도의 ‘패미컴’으로 나온 1편에 이어 94년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이다. 우선 제목부터 남다르고 그래픽 역시 특이하다. 팝 아트풍의 그래픽은 종이 공작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음악 역시 사이키델릭풍으로 일반적인 게임 음악과는 너무나 다르다. 배경도 특이해서 중세풍 환타지 세계가 아니고 그렇다고 사이버펑크적 음울한 세계도 아니다.

20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실제와 거의 유사한 세계가 그려진다. 평화로운 지방 도시에 UFO가 떨어지고,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한 주인공은 외계인의 음모를 막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엄청난 사명을 지고 있지만,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다.

돈이 필요하면 용돈을 받는 수밖에 없다. 집에 전화를 걸면 말 많은 아버지가 통장에 돈을 넣어준다. 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으면 쇼핑갈 준비 완료다. 작은 도시라면 그냥 상점가를 돌지만 조금 큰 도시라면 백화점이 있다. 1층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2층에서는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요기를 하고 새 옷도 구경한다.

백화점 구경은 여자는 물론 남자한테도 제법 재미있는 소일거리다. 해마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건 하늘거리는 파스텔톤 블라우스고, 아직 눈이 오기도 전에 두툼하고 폭신한 겨울 옷들이 선을 보인다. 형형색색 백 가지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새로 나온 신기한 물건이 너무 많고, 저렇게 비싸서 누가 사나 싶은 것도 많다.

평소 늘 하던 일들이 이 게임 속에서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흔히들 남루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말한다. 보통 때도 늘 하는 일을 굳이 게임 속에서까지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게임 속에서 즐기는 이유는 명쾌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제 묵은 호텔에서 전화로 피자를 주문한다. 공중 전화를 쓰지 말고 로비의 공짜 전화를 이용한다. 배를 채웠으면 자전거를 빌린다. 걷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다른 마을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운행 규칙이 엄격해서 정류장에서만 서는데 공연히 차도로 내려가 있다가는 탈 수 없다.

‘마더 2’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종이 인형 세계에 현실과 거의 흡사하고 생생한 삶이 있다. 더 신기한 건 무채색 일상이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놀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어떤 환타지도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는 없다.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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