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평론]마알왕국의 인형공주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41분


재미없는 게임보다 나쁜 게임은 없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좋은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이다. 훌륭한 그래픽, 감동적인 줄거리, 스릴 넘치는 전투가 있다 해도 반드시 재미가 있으리란 법은 없다.

반대로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으면서도 기막히게 재미있는 게임들이 있다. 왜 재미있는지 설명은 할 수 없어도 상관없다. 재미있는 게 분명하다면 그건 좋은 게임이다.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는 지금까지 세 편이 나온 비디오 게임 시리즈다. 제작사인 ‘니혼이치 소프트웨어’는 이 게임 전에는 그다지 이름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등장 캐릭터의 디자인이 제법 귀엽긴 하지만 특별날 건 없다.

‘여자는 행동력’이라고 외치며 점찍은 왕자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공주의 이야기 역시 아기자기한 맛은 있지만 걸출한 스토리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전투가 재미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다.

이 게임의 테마는 뮤지컬이다. 전개상 중요한 장면이다 싶으면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손가락만한 캐릭터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음악풍과 연출 모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음악도 굉장히 좋은 것은 아니고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연출도 단순하다. 하지만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뮤지컬은 자연스러움이란 덕목과는 인연이 없는 장르다. 번쩍이는 의상의 배우들이 과장된 표정으로 온갖 감정을 잡아 노래를 부른다. 모든 것이 너무 화려하고 극적이다. 지나치게 형식미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좋은 뮤지컬이라면 저녁 식사 식단 얘길 하다가 갑자기 식탁에 뛰어올라가 춤을 추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느닷없이 우산을 빙빙 돌리며 노래를 부르든 전혀 어색하지 않다. 부랑아들의 소매치기 행각은 즐거운 놀이라도 되는 것 같고 불치병을 앓는 빈민굴 소녀는 우아한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것이 뮤지컬이다.

<마왈 왕국의 인형 공주>는 뮤지컬 인형극같은 게임이다. 앙증맞은 캐릭터들의 반복되는 단순한 동작은 유치하다기보다는 사랑스럽고, 두 손을 꼬옥 마주 잡고 부르는 멜로디는 어디선가 한두 번 들어본 듯한데 그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말로 했으면 공감이 가지 않았을 대사들이 노래를 통해 생명을 얻는다. 단순한 연출과 저해상도 그래픽이 음악 덕분에 오히려 환타지가 된다.

가장 과장되고 형식화된 것으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뮤지컬이 가진 비밀이다. 그리고 <마알 왕국의 인형 공주>는 뮤지컬의 매혹을 완벽하게 재현한 게임이다.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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