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케치]댄스가수 「립싱크」 불가피한가

  • 입력 1996년 11월 5일 20시 22분


「琴東根기자」 지난달 30일 방영된 KBS2 「가요톱10」(수 밤7.05)에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장면이 두번 연출됐다. 첫번째는 그룹 「터보」의 순서에서였다. 이날 「터보」가 부른 노래는 댄스곡 「Love Is」. 멤버 가운데 김종국은 댄스곡임에도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고 노래에만 열중했다. 노래와 반주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놓은 채 입만 맞추는 「립싱크」를 하지 않고 라이브로 열창하다보니 춤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것. 하지만 노래는 매끄럽지 못했고 고음 부분에서는 끊어질듯 불안하게 이어졌다. 또 하나의 해프닝은 1위를 차지한 그룹 「영턱스 클럽」이 앙코르송을 불렀을 때.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감격을 이기지 못해 멤버 가운데 2명은 시상식 때 이미 눈물을 한차례 쏟았고 노래를 할 때도 그 감정은 이어졌다. 그러나 울먹이면서 앙코르송을 부를 때 목소리의 떨림은 전혀 없었다. 「립싱크」를 했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상황을 놓고 PC통신 옴부즈맨코너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비록 노래가 거칠었지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터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댄스가수들은 춤을 추면서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기 힘든게 당연하므로 이들의 경우 오히려 「립싱크」로 하는 것이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보고 듣기에 편하다』 등이었다. 「립싱크」반대론자들의 입장은 『가수들이 실력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립싱크」를 없애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춤도 아주 중요한 부분인만큼 춤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는 노래의 비중을 낮출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에도 「립싱크」 문제는 좀처럼 「모범답안」을 찾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와도 같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인만큼 가수들의 진정한 노래실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쇼」를 만들려는 욕심도 있기 때문. 「가요톱10」의 한 관계자는 『생방송이기 때문에 라이브로 진행하다보면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시종 가슴을 졸인다』며 『하지만 적어도 1위 후보들 만큼은 라이브를 권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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