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然琇기자」 크리스마스와 신정, 설 연휴가 기다리고 있는 연말연시는 방송사 영화담당자들에게는 「대목」이자 일년중 가장 피가 마르는 시기다. 휴일을 맞은 시청자들이 느긋하게 『재미있는 영화 없나』하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 때문에 영화구입자들이 지난 한햇동안 얼마나 준비를 잘해왔는지가 이 시기에 판가름 나는 것이다.
『연휴때 따뜻한 가족영화를 방영하고 싶어도 시청률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근육질 스타가 나오는 액션 영화가 가장 잘되죠. 영화구입자로서의 욕심과 현실이 맞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SBS프로덕션 국제사업부의 신형철 영화팀장(36)은 『시청률 경쟁이 심해 TV영화가 오락에만 편중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연말에 SBS영화팀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한 일은 「다이하드3」이 KBS에서 방영되는 것. 1,2를 SBS에서 방영했기 때문에 3탄도 SBS에서 방영되는 것이 업계 관례지만 국내 수입업자가 이번에는 KBS로 넘겼기 때문에 SBS영화팀은 한때 우울한 분위기였다.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TV영화 뒤에는 이처럼 관련자들의 치열한 경쟁과 협상이 숨어있다. 주말의 영화부터 외화시리즈, 매일 방송되는 어린이용 만화영화까지 이들의 손을 통해 TV에 방영된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약을 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는 것만 해도 1년에 대여섯번.
『다른 부서 사람들은 외국출장 많아 좋겠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한번 출장가려면 한달동안 사전준비하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갔다와서 반드시 몸살이 납니다』
메이저영화사들은 10편 안팎의 패키지로 영화를 팔기 때문에 좋은 영화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승강이도 만만찮다. 10편중 흥행이 보장된 영화는 2,3편. 나머지 A,B급들은 주력시간이 아닌 시간대에 내보낸다. 작품성은 괜찮은 영화들이라는 것이 신팀장의 설명.
벌써 내년에 방영할 영화 가계약문제로 분주한 그는 『영화구입은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일』이라며 『항상 내식구 내자녀가 봐도 괜찮을지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