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케치]노조 파업,여성앵커는 괴롭다

  • 입력 1997년 1월 8일 20시 18분


「金甲植 기자」 『언제나 함께 진행을 하다 혼자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사정은 다 아시겠지만…』 지난 7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KBS 1TV 「아침마당」(오전8.30)의 진행을 맡은 전문MC 이상벽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오프닝 멘트를 했다. 몇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 진행을 해온 정은아아나운서가 이날 시작된 KBS MBC EBS CBS 등 방송 4사의 동시파업으로 방송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아나운서는 7일 오전 『언제나 지켜온 자리를 비워 애정을 갖고 지켜봐준 시청자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피를 말리는듯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정아나운서를 비롯, MBC 「뉴스데스크」의 평일, 주말 앵커인 김지은 최율미아나운서와 황현정(KBS9뉴스) 장은영(열린음악회) 이금희(이계진의 독점여성)아나운서 등 양 방송사의 주요 여성 앵커와 MC는 파업이 본격화되자 방송사 간부와 노조 등 양측의 집요한 설득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프로에 출연하느냐의 여부가 파업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와 간판 프로의 진행을 맡고 있어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92년과 지난해 MBC 파업당시 「뉴스데스크」의 진행을 맡았던 백지연앵커의 출연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상황과 비슷하다. 또 이들 대부분이 회사의 간부이거나 프리랜서 MC인 남성 진행자와 달리 입사 연차가 짧은 노조원이어서 회사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 MC는 『이번 파업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회사와 노조의 갈등 속에서 이미 무의미하게 됐다』면서 『간부진에 불려다니고 동참을 바라는 노조의 설득을 듣느라 지쳤다』고 밝혔다. 7일 파업 첫날 정은아 황수경아나운서는 회사측 간부와 노조원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프로에 출연하지 못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여성 진행자가 빠진 가운데 이인용(평일) 권재홍(주말)앵커의 단독진행으로 결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MC는 『방송의 파행을 막으려는 회사나 노동법에 반대하는 노조 등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면서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개인에게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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