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 기자] 영화사와 극장의 이해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화 한편을 어렵사리 완성해 놓은 영화사는 「목좋은」 극장을 잡으려 애쓰고 극장측은 흥행이 될만한 영화를 찾아내는데 골몰한다. 대개의 경우 적당한 수준의 견제와 협력으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지만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부분에 이르면 양보할 수 없는 「숨바꼭질 대결」이 펼쳐진다.
영화진흥법에 규정된 스크린쿼터는 연간 1백46일. 문체부 장관의 재량에 따라 20일을 줄일 수 있으므로 실제 최저 상영일수는 1백26일이 된다.
돈벌이가 비교적 보장되는 외국영화를 상영하려는 극장측과 스크린쿼터 준수를 촉구하는 한국영화 제작사간의 신경전은 연중무휴로 극장앞과 주변골목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스크린쿼터 감시단이 지난해 하반기 전국의 주요 영화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모두 41건의 허위 공연신고 사례가 적발됐다. 감시단의 고발로 해당 극장들은 영업정지 32건과 과태료 1건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조사에서는 유명 극장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 명보프라자의 경우 한국영화 「너희가 째즈를 믿느냐」와 「채널69」를 상영한다고 신고했지만 스크린에는 할리우드영화 「트위스터」와 「에디」가 등장했다.
국도극장과 시티극장도 해당구청에 신고한 「96 뽕」 「세상밖으로」 대신 「사랑이 눈뜰때」 「더록」을 상영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허리우드 극장은 10여년전 영화인 「황진이」를 신고해 놓고 아예 상영조차 하지 않았다.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버젓이 상영한다고 신고한 사례도 적발돼 빈축을 샀다. 경기 안양의 무비플라자와 성남 피카디리, 의정부극장은 공연신고 대장에 「애니깽」을 올려놓았지만 이 영화는 아직까지 개봉일정도 못잡고 있는 상태다.
감시단원들은 『상영관수가 3,4개인 복합극장들은 좌석수가 가장 작은 관에서 한국영화를 틀면서 신고는 다른 관으로 하는 수법을 쓴다』며 분개했다.
극장측은 그러나 관객을 만족시켜 줄 만한 한국영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들만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감시단은 『공연신고서를 극장 매표창구에 내붙이도록 의무화해 국산영화 상영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표빼돌리기를 통한 탈세의 소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극장매표 업무의 전산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