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 기자] KBS아트비전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부성씨는 얼마전 아기를 「분만」했다.
진짜 아기가 아니라 실리콘의 일종인 스킨 플렉스라는 소재를 사용, 탯줄까지 달고 있는 신생아 모형을 만든 것. 김씨의 「아기 만들기」는 이달초 「긴급구조 119」(1TV 밤7.35) 제작진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다. 18일 방영될 내용 가운데 산모가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게되면서 벌어지는 구조대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위해 아기가 필요했으나 갓 태어난 아기를 섭외할 길이 없어 아기 모형을 만들게 된 것.
아기를 만드는데 소요된 기간은 꼭 일주일. 김씨는 『처음 요청을 받고는 너무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그 자신이 총각인데다 신생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
김씨는 서점에 가서 육아관련 서적을 뒤져 분만과정의 사진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잡지를 구한 뒤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과정은 이랬다.
먼저 고무찰흙으로 아기모형을 만든 뒤 실리콘을 그 위에 입히고 실리콘이 떨어지지 않도록 석고붕대로 감싼다. 모형이 굳으면 실리콘만 따로 떼어내 주름을 새기는 등 정밀작업을 한뒤 피부와 같은 질감을 내는 스킨 플렉스를 부어 넣어 아기모형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양수나 피가 몸과 머리카락에 묻어있는 상태를 표현하고 탯줄을 만들어 붙였다.
이렇게 탄생한 모형 아기에게는 「119」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동료직원들이 김씨를 볼 때마다 『「119아기」 다 만들어가느냐』고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에서 3년간 특수분장을 공부한 김씨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특수분장의 세계를 소개했다. 상처 흉터 등 간단한 분장에서부터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갖가지 변신모습을 보여준 악당의 특수분장까지 가능하다는 것.
그는 『피를 마구 흘린다든지 몸의 한 부위가 찢겨 나간 모습 등은 정말 특수분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실제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표현의 한계가 줄어들어 꾸준히 새롭고 어려운 것을 만들어 간다면 국내 특수분장이 좀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긴급구조…」 제작이 끝난뒤 돌아온 아기모형을 「곱게 모셔놓은」 그의 작업실은 쇠톱 망치 드릴 등 「살벌한」 도구들과 참수형을 당한 머리, 구미호,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괴물 등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