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팀 버튼…. 영화 마니아라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작가의 이름 정도는 손쉽게 떠올린다. 불행하게도 한국 영화작가의 대부분은 익명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대표적인 영화감독을 초대하는 이 시리즈는 정지영감독편을 방영한다. 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 총 10편을 연출.
그의 영화 세계는 89년 「남부군」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구별된다.
초기에는 「안개는…」이나 「위기의 여자」 등 가정의 붕괴를 소재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멜로물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89년 빨치산의 세계를 스크린에 끌어들인 「남부군」을 시작으로 그의 시선은 역사와 사회쪽으로 옮아갔다.
이날 프로에서는 특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91년 최진영 김금용 주연) 「하얀전쟁」(92년 안성기 이경영 심혜진)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94년 최민수 독고영재) 등 90년대 이후 대표작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하얀전쟁」은 우리나라 전쟁영화의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린 그의 대표작. 베트남전쟁을 통해 전쟁과 정치권력의 부도덕성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남부군」에 이어 영화를 통한 역사 들여다보기의 연속 작업이다. 또 「할리우드…」는 UIP직배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쳤던 그가 한국 영화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좌절이 담겨 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