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차 술을 마시러 갔던 욱철씨. 양심에 거리끼고 운전대 잡기가 겁이나서 차를 놓고 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글쎄 지나던 뺑소니차에 치여 숨을 거뒀다.
대학입학원서를 내고 오던 안정윤양. 뺑소니차에 치여 푸른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나 그 죽음은 사후에 더 원통하다. 사고당시 현장을 봤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귀찮고 보복이 두렵다는 이유로 아무도 증인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MBC가 13일 오후 7시반에 방영하는 「경찰청 사람들」의 이번주 내용은 「뺑소니」.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96년 26만5천여건의 교통사고중 1만5천6백여건이 뺑소니로 전체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95년에 비해 35.4%가 늘어난 숫자. 약 4만명의 뺑소니운전자가 양심을 숨기고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 프로는 뺑소니가 소중한 생명과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는 지를 보여주어 경각심을 일으키고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해결하는 극적인 과정을 통해 더이상 「뺑소니는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는 취지. 아울러 과학적인 수사의 필요성과 시민제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통사고 문제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되풀이되어 방송소재로도 이미 진부하다는 대접을 받는다. 시청자들은 「뻔한 내용」이라며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교통사고 캠페인은 뻔하지만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 「경찰청 사람들」은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과 사건 해결과정의 드라마식 구성을 통해 「뻔하지 않은」 접근을 시도한 점이 돋보인다.
〈이원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