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서울 마포구 도화동. 폭력배 일수업자 만화방주인 술집 악극단 등 하층민들. 질펀하고 끈질긴 삶의 모습들을 다루겠다는 MBC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
최근 불어닥친 화려한 이미지의 트렌디 드라마기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일단 눈에 띈다.
한동안 비판받았던 소비성향의 드라마붐을 파괴하려는 이 드라마는 그러나 묘한 「파괴의 부족」을 느끼게 한다. 기존 이미지를 깨뜨리지 못한 연기자들의 부적절한 변신 때문이다.
극중 남녀 주인공은 손창민과 이영애. 화려한 이미지의 연기자들이 밑바닥의 거친 모습을 연기하려 하지만 어쩐지 어색하다. 귀공자 깡패와 공주 작부라는 느낌.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밑바닥생활을 표현하기에는 연기가 덜 익었고 체험과 사고의 폭도 부족해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틀에 박힌 소란함이 있다. 극중 바보 숙자(나문희)와 욕쟁이 할머니(김영옥). 50대 여인이지만 10세 미만의 지능을 가진 숙자는 어린 아이들 틈에 섞여 웃고 떠든다. 거칠고 함부로 내뱉는 말투, 뻣뻣한 느낌은 나문희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있다. 그는 현재 방영중인 MBC 「산」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내가사는 이유」에서는 바보역이지만 뻣뻣하고 경직된 모습은 기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친 욕쟁이 할머니도 옆에 있는 나문희의 모습을 부각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나문희 느낌」이라는 상표가 유리할 때도 있지만 너무 자주 나오니 진부하다. 이 또한 기존이미지 파괴의 부족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