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파라」. 말은 쉽지만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더 나은길이 있을것만 같은「망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파고있는 땅에서 「우물」을 만날 수 있을지 조차 늘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들」에선 한 우물을 판 끝에 인생 황혼기에 전성기를 맞은 노장 연출가,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길닦기에 나선 한 젊은이를 내세웠다.
사극 「용의 눈물」의 김재형PD(62). 그의 별명은 「깜국장」이다. 새까만 피부에 국장급이어서 붙은 별명이다. 부리부리한 눈, 제작현장에서 사방 수백m까지 울려퍼지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의 특징이다.
인기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김PD가 보여주는 선이 굵고 박진감있는 연출감각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김PD는 방송생활 37년 동안 딱 5년 간의 현대극 연출을 제외하고는 사극만을 연출해 왔다.그런 외곬 정신으로 김PD는 정년퇴임한 뒤 오히려 최고의 전성기를 맡는 「장인」으로 거듭 났다.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서울공고 인쇄사진과 3학년 최용환(19). 대형인쇄기가 열을 내뿜는 무더운 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성적도 신통치 않아 공고에 진학, 거기서 배운 기술로 자신의 미래를 나름대로 설계하고 있다.
「삐끼」나 중국음식점 배달부를 하는 친구들은 자신보다 두배의 돈을 벌고 있지만 용환이는 그들이 미래를 보지않고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누가 뭐라해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다짐을 들어본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