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이 있는 방」의 소재는 「일상 탈출」을 원하는 중년부인의 심리.
악기점을 경영하는 남편을 둔 중년 부인은 가족 몰래 방을 하나 얻는다. 그곳에 드럼을 들여 놓는다. 아내는 남편 몰래 이 방에서 마음껏 드럼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푼다. 아내는 자신만의 비밀공간에서 희열을 느낀다. 어느날 자동차를 몰고 비밀공간으로 향하던 아내는 남자 행인을 친다. 다리를 절룩이던 남자는 병원에 가기를 거절하고 「드럼이 있는 방」에서 혼자 치료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남자는 훌륭한 솜씨로 드럼을 연주하고 철학적 말투와 지적 분위기로 「아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내는 비밀의 공간에서 은밀한 유혹을 느낀다.
완벽주의자인 남편은 여자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성격. 남편은 어느날 가게 직원이 돈을 횡령해 달아났다고 투덜댄다. 부인은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에서 「드럼이 있는 방」에 숨어있는 남자의 얼굴을 발견하는데….
「드럼이 있는 방」은 97년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작 중 한편. 자신만의 공간에서 신나게 드럼을 두드리는 중년부인의 모습을 그린 상상력이 흥미를 끈다. 「중년 부인의 일상탈출」은 수없이 드라마에서 그려져 왔다. 진부하기 십상이다. 지루함을 막기 위해 순간의 에피소드들을 활용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