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은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우람하지 않다(1m76 62㎏). 소주를 3병가량 마신다. 그리고 바다를 좋아한다. 볼링을 즐긴다. 애인이 없다. 스스로 그리 잘 생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MBC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서 못치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그럴듯하게 노래를 했다. 소주대신 양주를 마셨다. 수상스키대신 4천7백만원짜리 BMW를 몰며 거리를 달렸다. 볼링 대신 스쿼시로 몸을 풀었다. 한 여자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 이미지 때문일까. 그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잘 생긴 남자 1위에 뽑혔다.》
드라마의 그는 실제의 그가 아니다. 하지만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것은 극중의 안재욱이었다. 옷차림과 머리모양이 유행했다. 이발소마다 『안재욱처럼』을 외치는 청년들이 줄을 이었다. 최근 팬클럽 창단식에는 전국에서 1천여명이 모였다. 누가 이 스타를 외면할 수 있으랴.
『코카 콜라는 누구에게나 맛있다』
미국의 화가 앤디 워홀은 이렇게 외쳤다. 대통령, 마릴린 먼로, 노동자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콜라는 곧 대중문화 스타다. 대중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보다 훨씬 잘난 「천재」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대중이 공감하는 「스타」가 존재한다. 이같은 앤디 워홀의 「스타론」은 현재도 유효하다. 대중의 콜라같은 존재요, 「꿈의 대리인」인 「스타」는 대중의 공통된 욕망을 구현한다.
「스타」 안재욱을 보면 이 시대 욕망의 키워드가 보인다. 「별은…」속의 그는 돈많고 잘생기고 매너좋고 감성적이고 한 여자만을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다. 부와 섹스어필, 그리고 감성적인 사랑. 그 대상이 바로 「나」를 향한다는 여성시청자들의 환상과 착시. 안재욱 신드롬의 핵심은 「돈」과 「사랑」 혹은 「돈」과 「섹스」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독점욕 아닐까.
3년전 「사랑을 그대 품안에」서 차인표가 비슷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자 팬들의 관심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안재욱과 차인표 신드롬은 우리시대에 간헐적으로 지속되는 욕망의 분출이다.
결국 「스타」는 대중이라는 이름의 팬들이 만든다. 그러면 누구나 팬들이 원하는 이미지만 보이면 스타가 될 수 있는가. 그점에서 안재욱은 당당하다.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연기의 색깔이 다릅니다. 연기력의 폭과 깊이의 문제죠. 조용필씨의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른다고 그런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그가 연기를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만족감이죠』
그 만족감의 근원은 돈과 인기가 아닐까. 『저희는 일반 회사원과는 달리 「진급」이 없습니다. 자신의 성취도는 인기같은 것으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죠. 저희는 상업예술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극한 대중의 욕망은 어디로 흘러갈까.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욕망을 드라마 속에서 느끼며 대중은 더욱 목이 마를 것이 아닌가. 『가난한 사람은 저를 미워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팬들은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알만큼 현명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콜라」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목마를 때 마시는 콜라는 더 큰 갈증을 부른다. 그래서 또다른 「콜라」를, 스타를 원한다는 것을…. 그것을 아는 만큼 그의 인기가도는 탄탄해 보인다.
『제가 잊혀졌을 때의 공허감을 견딜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8월초 연극 「나비처럼 자유롭게」에 시각장애인 가수 지망생역으로 출연한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