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40·본명 김인순)는 스타다. 노래의 메시지도 거창하지 않고 「핀업 걸」도 아니다. 또 한때 통했던 「흑진주」 등 혼혈에 빗댄 별칭도 이제는 간지럽다. 그럼에도 그가 스타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떤 스타인가. 인순이를 보면 오락성과 돈이 주요 잣대가 되는 대중 문화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다.
인순이는 밤무대에서 가장 높이 쳐준다. 30일(한달) 출연에 3천여만원. 요즘은 이틀만 「일」해도 7백만∼8백만원은 거뜬하다.
그런데 밤무대라는 곳은 가수의 자랑거리는 아니다. 자욱한 담배 연기, 흥청대는 취객들, 밴드음이 웅웅거리는 실내, 지저분한 화장실….
이런 곳에서는 아무 「별」이나 뜨지 못한다. 가창력 매너는 기본이고 거기에…. 인순이의 말.
『밤무대는 특정 가수를 보러 오는 곳이 아니다. 접대를 위해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마시러 오는 곳이다. 그런 사람을 잡지 못한다면 조건좋은 TV나 라이브 무대는 엄두도 못낸다』
일종의 「배려」인가. 「돈」도 돈이지만 취객마저도 팬으로 대접하겠다는 오기마저 엿보인다.
스타는 대중이 만든다. 일시적이지만 스타 신드롬은 종교적 신앙에 버금갈 정도다. 그러나 그런 대중의 변덕은…. 냉정하다. 배신만큼 잔인하다. 「유행가」의 자기 한계. 오죽하면 스캔들마저도 치밀한 「작전」아래 팔아야 하겠는가.
두번째 말.
『대중의 시선이 너무 빨리 옮겨간다. 조금만 비슷해도 지루해하고. 스타로서 자리를 지킬 시간도, 새로운 것을 보여줄 시간도 없다』
그 「배신」의 끝은 어딜까. 그래서 인순이는 정리했다.
『너무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78년 데뷔이래 20여년이 된 요즘에야 그런 것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짐하는 것은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 색깔. 대중 문화계 스타들이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자기 컬러라는 것은 그나마 미학적 관점이 통하는 대목이다. 인순이는 자기 색깔을 『편안한 웃음과 꾸밈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94년이후 재기 무대였던 「열린 음악회」를 통해 『객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도 얻었다.
여기서도 대중의 「배신」은 또 있다. 『시원하다』고 박수는 치는데 공연장의 음향효과와 녹음 악보 창법 등에 대해 미학적으로 이해하는데 인색하다. 최근 음반도 새로 냈는데 과연 그들의 주머니가 얼마나 열릴까.
그래도 인순이는 중견이 주눅든 대중음악계에서 드물게 펄펄나는 편이다.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고. 간혹 방송 무대에서 새파란 신인들이 인사없이 지나칠 때도 『이 바닥에서 20년 버틴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웃어 넘긴다.
이제는 『무엇보다 가수 인생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거듭 말한다. 아직도 대중의 엿보기 취향을 노린 프로그램은 혼혈아로서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 사생활을 들춘다. 정말 지겹고 심지어 대중의 노예같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비밀이 허용되지 않는 게 스타의 숙명.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오락화하기 예사다. 한 분야에서 20년을 보낸 「장인」 인순이는 『스타를 아끼지 않는 대중은 스타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마무리짓는다. 스타는 대중의 우상도 노예도 아니며 더불어 한 시대를 동반하는 존재라는 뜻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