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타]충무로 흥행제조기 강우석 감독

  • 입력 1997년 7월 19일 07시 25분


《93년 「투캅스」가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계에는 난데없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유행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기만 하면 된다는 등소평의 말.

미국 직배영화에 밀려 한국영화의 앞날이 걱정되던 당시 「투캅스」는 8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런데도 젊은 평자들은 흔쾌히 지지를 보내지 못하고 「흑묘백묘」 운운했다. 작품의 완성도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미스터 맘마」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1,2」…. 5년동안 10만명이상을 동원한 영화만 5편. 그중 「투캅스」는 둘다 50만명을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먹는 흥행을 했다.》

강우석감독(37)이 연출한 작품에는 대중의 기호와 시류를 읽는 본능적 감각이 엿보인다. 작은 비리에 흔들리는 모양이 「귀엽고」 결정적 순간에는 정의편에 서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런」 소시민 경찰(투캅스),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청소년(행복은…),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홀아비(미스터 맘마).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소재」를 코믹하게 다루는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강감독은 연출을 「관객과의 머리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이래도 안 웃을래?』…. 그는 중학생때 전국 암산왕에 뽑힌 적이 있다.

그러나 「투캅스」 「마누라죽이기」 등 히트작이 잇따라 표절시비에 휘말렸고 작품 자체도 내용이나 표현양식이 『유치하다』는 평을 면치 못했다. 그 자신은 어떻게 평가할까. 『예술성이요? 제 작품엔 없죠』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인가』라고 묻자 『보고 나면 가슴 뿌듯한, 뭔가를 얻은 듯한 영화』라고 답한다. 『당신 작품은?』 『No』

그의 대답이 단순한 겸손은 아니다. 「상품으로서의 영화」 어쩌구 하면서 자질구레한 변명이 보통일텐데 의표를 찌르듯 그는 가볍게 피해간다. 세상 인심을 잘 아는 승부사답다. 그렇다고 돈에 눈 먼 사람도 아니다.

제작을 겸하고 있는 그는 드물게 좋은 한국영화로 평가받은 「초록물고기」를 제작했다.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의 경우 배급업자들이 난색을 표하자 「투캅스2」를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사실은 유명하다. 덕분에 그는 재능있는 신인 감독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지만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서 번 돈을 제작비로 잃었다.

제작자와 배급업자로 나선 이유를 묻자 『기획부터 개봉까지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연출 못지 않게 재미있어서』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그렇지만 탈세와 비리로 간간이 물의를 빚어온 극장과 대기업의 상업논리에 종속된 제작에 새바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는 안다.

그는 일단 연출을 시작하면 완벽한 사전 콘티와 빠른 촬영, 경제적인 제작으로 누구보다 대기업 투자자의 신뢰를 받는다. 이 때문인지 잇따른 흥행 실패로 한국영화에 자금줄이 끊긴 올하반기마저 그의 제작 목록은 줄줄이 이어진다. 다음달초 개봉 예정인 「넘버3」의 배급을 필두로 「투캅스3」(김상진 연출) 「올가미」(김성홍) 「자귀모」(강우석) 등….

앞으로 코미디가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스릴러와 대하드라마 연출을 하겠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코미디의 경지」는 뭔가.

『관객들이 웃다웃다 지치는 지경에 이르면 예술에 접근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욕심이 30대 후반의 그를 아직 총각으로 남겨놓았나보다.

우리는 앞으로 그의 행보에 주목한다. 연출자로서 제작자로서 그는 남은 날이 더 많은 영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1의 스타 감독의 앞날은 「투캅스」를 보고 신나했던 우리 관객들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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